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박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

'강한 대통령·작은 청와대'는 박정희 청와대 벤치마킹?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정운영 스타일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과 묘하게 닮았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청와대는 조용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한편 실무는 내각에 맡기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선친과 함께 청와대에서 생활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로 보인다.

◆'강한 대통령과 작은 청와대'

그래서인지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 3실 9수석 체제로 재편된 청와대에 실세는 없다. 물론 아직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아 김 국가안보실장은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받고 있고 박 경호실장도 경호처장 신분이다.

허 비서실장은 3선 의원 출신이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을 보좌해 온 친박계 진영 내에서 좌장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정무형과 비서형의 중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가 박 전 대통령 시절인 1974년부터 5년 동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이 허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도 당시 비서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9명의 수석비서관 중에서 정무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꼽히는 인사가 거의 없다는 점은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작은 청와대'가 사실상 '비서형 청와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이정현 정무수석이 정치권 출신이긴 하지만 이 수석도 비서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정수석에 검사장을 거치지 않은 인사를 기용한 것이나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남기 홍보수석과 조원동 경제수석 등을 발탁한 것도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지적이다.

박정희 청와대는 김정렴 전 비서실장이 1969년부터 9년 3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킨 사례를 보듯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용인술이 특징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도 단명(短命)하지 않고 오랫동안 대통령 곁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규모는 작아도 강했다. 보좌 역할에 충실했지만 파워집단이었다. 관료집단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는 않았어도 각 부처 최고 엘리트들로 짜였고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충성심을 갖춘 브레인집단이었다.

박 대통령이 9명의 수석과 40여 명에 이르는 1급 비서관 진용을 직업 관료 위주로 짰다는 점은 다분히 아버지 시절의 청와대를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를 포함한 18명의 내각 명단 역시 관료'학자 출신이 14명에 이를 정도로 실무형이다. 그러나 전문성을 앞세운 청와대가 과거처럼 부처를 장악하는 '강한 청와대'가 되기는 어렵다. 이는 부처 운영은 각 부처 장관에게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책임장관제 국정운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규모 커지는 청와대

인수위는 당초 '작은 청와대'를 지향한다며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청와대의 2실(대통령실장'정책실장) 9수석 6기획관 45비서관 체제를 2실(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9수석 34비서관 체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 경호처장이 장관급 경호실장으로 격상되면서 3실로 확대됐고 34명이라던 비서관 수는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비서관 자리가 늘어난 만큼 행정관 수도 줄어들지 않고 현재와 같은 규모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청와대도 '작은 청와대'를 표방했다가 촛불 사태를 계기로 원상회복되는 단계를 거쳤다. 5년 전 인수위는 노무현 청와대의 4실 10수석 체제를 1실 1처 7수석 체제로 줄여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후 정책실장을 부활시켰고 기획관리실장과 기획관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기 말에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 김영삼 정부 때도 '작은 청와대'는 고정메뉴였다. 김영삼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맡은 박관용 전 비서실장은 '실무형' 비서실에 방점을 찍었고 김대중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발탁된 김중권 전 비서실장도 '작은' 청와대를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 이명박 청와대에 근무한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을 출범시킬 때는 '작은 청와대'라는 콘셉트에 공감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현안에 봉착하다 보면 조직을 새롭게 재편하는 등 '큰 청와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역대 정부 모두 그런 전철을 밟은 만큼 작은 청와대라는 구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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