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극단의 딜레마, 공공성 VS 흥행성'.
대구시립극단은 태생부터 공공성'예술성과 흥행성'상업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 둘은 이율배반적인 관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립극단은 공공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극단을 운용해왔다. 시립극단 단원들은 나름 '철밥통'이라는 안정적 환경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민간 극단 배우들은 대부분 '춥고 배고픈'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이런 이유로 시립극단을 두고 외부의 시선의 곱지 못하다. 아무리 시립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이 이들의 생활안정자금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립할 수 없는 공공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카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지만 두 바퀴가 균형을 이뤄 잘 굴러갈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시립극단의 존재 이유와 고민에 대해 시립극단의 전'현직 감독에게 들어봤다. 현 감독은 공공성에, 전 감독은 흥행성에 무게를 두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극단뿐만 아니라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등 시립예술단 전체로도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국희 시립극단 예술감독
# 코미디…개그가 판치는 연극판 순수예술 외면한다면 왜 존재하나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러 와 주시는 시민들, 즉 우리의 관객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정말 뜨겁다. 하나 그 방법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시작한 로맨틱 코미디와 개그가 요즘 연극의 대세다. 그렇게 관객들의 인기를 누리는 장르가 있다면, 그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바닥에서 묵묵히 만들어지고 있는 공연예술의 토양 같은 작품들이 있다.
바로 고전과 실험 등 이 시대에서는 그리 대중성을 인정받지 못해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예술혼을 지켜나가는 작품들이 있다. 대구시립극단은 웃자라 튀어 보이고픈 작품은 내걸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아야 한다. 좋은 토양이 되고, 굵은 기둥이 되어야 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또한 집단으로서 말이다.
좋은 예술공연은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한 휴식과 재충전은 고생산성에 기여하게 된다. 모차르트와 피카소의 예술적 수준을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는 것처럼 예술은 계량화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관객의 숫자나 판매수익금이 그 작품이 미치는 사회적 기여도에 대한 측정값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술에서 산업이라는 부분은 가장 피상적인 현상에만 집중한 말이고 실제 중요한 의미는 삶이 풍요로워지는 데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논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수치로만 따져 천대하고 뒤로 밀어둔다면 진정한 우리 삶의 발전은 멀어져만 갈 것이다.
대구시립극단은 대구시민들의 공공재다. 시립이라 불리는 이상 사회간접자본의 성격도 가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여러 원인으로 공연장을 찾아오기 힘든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기꺼이 발로 뛰어 그분들에게 관객으로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드려야 한다. 간혹 대구시립극단이 '지출 대비 소득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듣게 되는데 시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상원 극단 뉴컴퍼니 대표
# 대구 공연중심도시 추구한다면 시장 경쟁력·흥행이 뒷받침돼야
급변하는 문화시장의 판도 속에 대구 공연계의 전략은 무엇인가? 대구가 공연 중심도시를 추구한다면 대구에서 생산된 공연이 한국 문화시장을 주도하고 나아가 해외 공연시장을 선점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구상이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정책 입안자들과 예술인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구문화 브랜드 개발과 아트마켓 구축에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구상에는 민간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대구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시립극단과 예술단, 공공극장 등의 공공예술 분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투자와 운영비용에 걸맞게 대구문화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공공예술단과 공공극장에서도 선도적이고 성공적인 작품을 창조한 예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의 화두는 '창의 도시'(creative city)다. 지난 세기가 국가주도의 성장전략 시대였다면 이제는 부가가치가 큰 창조산업, 즉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 중심의 성장전략 시대이다. 이는 이미 전 세계 도시들의 치열한 문화경쟁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21세기는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고 도시 간의 경쟁이다. 지금까지의 대구문화는 늘 서울문화의 종속변수였다. 이제부터라도 서울은 대구의 문화 롤모델이 아니고 넘고 극복해야 할 대구의 문화 경쟁상대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대구시립극단 역시 결국은 대중성이 확보된 흥행이 어느 정도 뒤따라줘야 한다. 10억원을 투자했다면 적어도 2억~3억원은 티켓수익으로 가져와야 한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민들이 좋아할 메뉴를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사랑받지, 싫어하는 메뉴를 억지로 먹인다면 누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며 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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