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 진단] 부모님·교사 사랑, 신학기 스트레스 최고 특효약

3'1절 뒤로 이틀이나 붙어 있는 주말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개학하고픈 나의 간절한 바람이 달력 한 귀퉁이에 그렇게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더구나 올해는 4년 만에 학교를 이동하는 해라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상자의 짐들을 새로운 학교로 옮겨야 했다. 꼭 필요한 데가 있을 것이라고 4년간 묵혀뒀던 짐들은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쓰레기장으로 고스란히 옮겨지기도 했다.

간혹 학생들은 '선생님도 방학에 쉬어서 좋겠어요'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특히 봄방학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두 반납해야 신학기를 준비할 수 있다. 올해처럼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돼 교과서가 바뀌는 1, 2학년의 경우는 교사들이 교육과정 계획 수립에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 시수표를 작성하고, 체험학습과 범교과학습 계획 등을 수립하면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은 칸칸에 그려진 숫자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평소 맡지 않았던 학년이나 교과를 맡은 경우에도 부담은 가중된다. 작년까지 주로 4, 5학년을 맡던 내가 새로운 학교에서 영어 교과를 맡게 되어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학교 복도에서 마주치는 원어민 교사에게 말을 거는 일도 아직은 편안하지 않다. 출퇴근길에 영어 교과서 CD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있다.

이러한 신학기의 부담감은 교사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간혹 신학기 첫날 출석을 부르다 보면 한 명 정도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방학 동안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여전히 방학이라고 생각하고 등교하지 않은 것이다.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학교에 달려오는 학생의 얼굴에는 '벌써 개학이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선생님도 너와 같은 마음이야' 하고 마음속으로 위로와 동의의 한마디를 건넨다.

신학기에 유독 감기몸살을 비롯한 질병에 잘 걸리는 것도 신학기의 긴장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학기에는 작년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격려와 스스로의 다짐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럴 때 부모님과 교사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신학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것이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커다란 부담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더해 그 어려움을 적절하게 해소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키워간다면 무거운 부담감을 덜고 1년을 '가볍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유진 대구수창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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