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비난하면서… 국정 손놓은 대통령

공식 일정 전혀 안 잡아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후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는 일정 외에는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 주 들어 대국민담화와 수석비서관 회의외 에는 드러난 일정이 없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 외에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에 대한 임명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했지만 17개 부처 장관 가운데 8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에 대한 임명 절차부터 밟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무산이 현실화되자 청와대는 망연자실해하면서도 사실상 후속조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식일정을 잡지 않는 것도 국정 파행에 대한 무언의 시위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 같은 파행사태를 염두에 두고 현행 정부조직법상의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장관 임명 절차를 밟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한 사람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조직법이 표류하게 된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한 거부감의 표시라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에 허태열 비서실장은 국정 파행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6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영어 정전협정 백지화 위협 등 최근 북한의 동향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을 지시하는 등 국정공백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북한의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대응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처마다 장관과 차관이 없는 상황에서도 실국장 등 1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민생과제들을 직접 챙기도록 하는 등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대통령마저 국회를 비난하면서 국정을 팽개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 대통령이 조속히 국정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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