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용궁순대와 토끼간빵

'용왕이 중병에 걸리자 토끼의 간이 영약이라고 했다. 용궁의 대신들이 토끼를 데리고 올 사자를 정하지 못해 걱정인데 별주부 자라가 자원을 했다. 육지로 나온 자라는 용궁에 가면 부귀영화를 누린다며 토끼를 유혹해서 용궁에 이른다. 그런데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 앞에서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꾀를 내어 용궁을 빠져나온다.'

'토끼전'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 사람을 없을 듯하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작품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인 토끼전은 그 오랜 내력만큼이나 명칭도 다양하다. 별주부전(鼈主簿傳), 토생원전(兎生員傳), 토별산수록(兎鼈山水錄), 토별가(兎鼈歌), 수궁가(水宮歌), 토(兎)의 간(肝) 등으로도 불린다. 전(傳) 또는 록(錄)으로 된 것은 소설본이며, 가(歌)로 된 것이 판소리본인 경우가 많다.

토끼전은 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을 담고 있다. 인도설화에 뿌리를 둔 짤막한 외래 동물우화를 장편의 의인체 풍자소설로 발전시킨 조선 후기 서민들의 예술적 창작력이 돋보인다.

소설이나 판소리, 전래동화 등으로 전해오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마당극으로 공연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고전에 다름 아니다. 토끼전의 내용이 우리나라에 기록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사기 김유신전에 나타나는 귀토설화(龜兎說話)이다.

백제의 공격으로 곤경에 처한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에 도움을 청하러 갔으나, 고구려 왕은 오히려 옛땅을 내놓으라며 감옥에 가둬버린다. 이때 김춘추는 용궁에 잡혀간 토끼의 꾀를 인용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용궁이 가까운 바닷가도 아닌 내륙의 농촌 지역에서 이 귀토설화를 활용한 향토 음식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예천의 '용궁순대'와 '토끼간빵'이 그것이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용궁(龍宮)이라는 지명이다.

예천군은 특허청에 '용궁순대'와 '토끼간빵' 상표 등록을 마친 데 이어 용궁면 회룡포와 삼강주막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지역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성천이 휘돌아 가는 육지 속의 섬 회룡포에 들르거나, 낙동강변에 마지막 남은 전통 삼강주막에 앉아 용궁순대 안주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수중 궁궐의 용왕인들 뭐 그리 부러울까. 간식으로 맛보는 토끼간빵 또한 지혜와 익살과 영양으로 버무린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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