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청산도 캠핑

푸른 바다가 우리 곁에…해산물 구워 먹고 카약 즐겨

지난해 8월 1일. 오랜 캠핑 친구의 추천으로 여름휴가를 조금 먼 곳에서 지내보기로 하고 이런저런 장비들을 챙겨 전라도 완도와 가까운 아름다운 섬, 청산도라는 곳으로 갔다. 대구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를 5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 길이라 다소 부담은 있었지만 우리 앞에 펼쳐질 푸른 바다를 상상하며 열심히 달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푸른 바다와 섬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직장인 캠퍼들의 아쉬움 중 하나가 주말에만 누릴 수 있다 보니 대부분 가까운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청산도는 멀었지만 멀리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던 여름 바닷가. 하지만 청산도는 거리 때문인지 가장 붐빌 시기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곳에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나는 모처럼 카약에 열심히 바람을 넣고, 아이들은 도착하기 무섭게 파도를 향해 달려갔다. "그래 이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자. 얘들아, 씩씩하고 그리고 즐겁게 지내고 가자." 아이들이 열심히 파도와 싸우는 동안 나는 텐트를 세우고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자 타프도 설치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과 청산도 관광에 나선다.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일까? 평소 도시에서 보던 하늘과는 많이 달랐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고 몸속에 가득 쌓였던 찌꺼기들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즐겨보던 '1박 2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었던 곳이라 풍경들도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한 것은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었다. 도시에서는 비싸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해산물을 한 아름 안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그리곤 열심히 장작에 불을 붙이고 요리해 아이들의 작은 입속에 잘 익은 해산물들을 넣어주었다. 새끼 새처럼 받아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다. 이게 사는 즐거움이고 행복이구나 싶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온종일 물놀이와 섬 관광에 지친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신들의 침낭 속으로 숨어들었다. 복잡하게 차려진 테이블들을 정리하고 조촐하게 '캠우들'과 기울이는 소주 한 잔은 우리들의 새로운 추억이 되었다.

새벽에 갑자기 불어온 강풍 때문에 튼튼하게 설치했던 타프를 철수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푸른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고요해졌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작은 목선을 빌려 타고 낚시를 했다. 비록 서툰 솜씨지만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낚싯대에 작은 고기가 걸려들자 마냥 신이 났다.

캠핑의 장점 중 하나가 체험이라면 이곳 청산도는 우리에게 멋진 체험장이 되었다. 다시 바다를 향해 아이들이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빠와 함께 조금 먼 바다로 나갔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빨갛고 파란 카약. 아이들과 함께 아빠들도 어린 시절 꿈꾸었던 탐험가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듯 열심히 노를 젓고 하얀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쉽게 접하던 냇가의 풍경과는 달리 바다는 다소 거칠기까지 했지만 아이들에겐 아빠가 있어 두렵지 않았다. 캠핑은 어른들만을 위한 것도 아이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하는 것이다. 아빠와 아이들이 푸른 바다를 타고 노는 사이 엄마들은 타프 아래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바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청산도의 밤은 깊어만 간다. 자주 찾기 어려운 섬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 평소와는 다르게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캠핑을 했다. 지칠 것만 같던 아이들은 푸른 바다와 맑은 공기 때문인지 지칠 줄 모르고 바다와 씨름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시간. 푸르름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왔다. 바쁜 시간 속에 언제 다시 찾게 될지 모르겠지만 청산도의 푸른 바다와 하늘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가슴 깊이 남아 있으리라. 그리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들의 아이들과 다시 찾게 되리라 믿는다. 청산도에서의 여름휴가. 다시 하기 어려운 행복했던 시간이기에 가슴 깊이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원곤(네이버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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