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영주시 휴천2동)
지인에게서 이름 모를 화초 한 포기를 얻어 왔는데 보금자리를 옮겨온 탓인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꺾고 누렇게 시들어 버렸다.
며칠을 두고 보다가 이파리가 시커멓게 말라서 도저히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목을 틀어쥐고 뽑아내려고 했지만 마치 흙 속에서 무언가가 끌어당기는 것 같이 쉽게 딸려 나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살려는 의지가 있지 않을까 의심스러운 마음에 내버려 두었는데 며칠 뒤에 우연히 내 눈에 띈 초록 이파리가 살아 있음을 알려왔다.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내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친 것 같다. 그때의 미안하고도 먹먹한 감동은 몇 달 전 길에서 파지를 줍던 할머님의 시커먼 빈 입을 떠올리게 했다.
허리가 90도로 꺾인 팔순의 할머님이 손수레에 파지를 싣고 힘겹게 끌고 가시다가 넘어져 파지를 몽땅 거리에 쏟아 버렸다. 달려가서 할머님을 일으켜 드리고 파지를 주워 손수레에 실어 드렸더니 치아 하나 들어 있지 않아 안으로 말려 들어간 입을 벌리고 천진스럽게 웃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가슴 한쪽은 돌을 얹은 듯 무거웠지만 다른 한쪽으로 더 기울어진 생명력에 대한 감사함에 콧등이 시려왔다.
살기가 어렵다고, 사는 것이 힘들다고 쉽게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팔순 할머니의 굽은 등과 시멘트를 머리로 떠받히고 고개 내미는 잡초의 생명력을 닮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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