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BC 진땀 씻고 이젠 프로야구다

오늘부터 시범경기로 기지개

'시범경기, 잘해? 말아?'

프로야구가 긴 겨울잠에서 깨 9일부터 시범경기로 프로스포츠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향한 몸 풀기를 시작한다.

시범경기는 한겨울 추위를 피해 따뜻한 해외에서 몸을 풀며 시즌을 준비한 각 구단이 정규시즌을 앞두고 갖는 최종점검무대다. 올해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합류, 사령탑의 이동, 자유계약선수(FA)'트레이드 등으로 프로야구판에 변화가 많다. 겨우내 야구에 굶주렸던 팬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운 볼거리들이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정규시즌의 리허설 무대인 만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건 없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순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우승한 삼성 라이온즈만 봐도 그렇다. 삼성은 지난해 시범경기서 4승1무6패로 8개 구단 중 7위를 차지했다. 2011년 역시 5승7패로 6위에 머물러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시범경기서 앞선 팀들을 차례차례 제치며 1위로 골인했다.

롯데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정규시즌서는 4위'4위'3위에 그쳤다. 최근 10년간 시범경기서 1위팀이 우승한 사례는 2007년 SK 단 한 차례뿐이다. 지난해까지 총 30번의 시범경기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1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건 6차례에 그쳤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각팀의 사령탑들이 시범경기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주전선수들의 컨디션 점검과 1군 진입을 노리는 백업 선수들의 기량, 전지훈련서 갈고 닦았던 각종 전술의 적용 등이다.

주전선수들의 경우 최상의 몸 상태를 정규시즌 개막에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좀 더 일찍 몸만들기를 끝내 시범경기서부터 도드라진 활약을 펼치고서 그 기세를 정규시즌까지 몰고 간 경우도 있다.

삼성 이승엽은 2002년 시범경기에서 4개의 홈런(1위)을 때린 뒤 정규시즌에서 47개를 터뜨리며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8년 한화 김태균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각각 4홈런'31홈런, 장타율 0.730'0.622로 홈런과 장타율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도루 부문에서는 2001년 정수근(5'52), 2004년 전준호(5'53), 2007년 이대형(6'53)이 도루왕 타이틀을 지켰다.

2009년 롯데 조정훈도 시범경기에서 2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그해 14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2002년 시범경기에서 15탈삼진을 기록한 KIA 김진우 역시 177탈삼진으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시범경기 때 평균적으로 7천470명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우며 700만 관중 시대를 예고케 했다.

올해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조기 탈락, 그 여파가 팬들의 야구 관심에까지 미칠지 많은 야구 관계자가 걱정하고 있다. 시범경기는 프로야구가 악재를 넘어서 또 한 번의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하게 될지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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