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지음/ 제현주 옮김/ 북돋움 펴냄
주식회사가 '주주의 것'이라는 테제 자체를 의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이익'인데 왜 직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비용'인지, 공장이나 사무실만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기업이 어째서 주주의 재산인지를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은 주식회사를 둘러싼 '현대판 귀족주의'를 고발하고 나아가 진정한 경제 민주주의가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주식회사는 소수의 주주가 '소유'한 생명 없는 '재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라며 "경제 민주주의는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귀족주의가 장악한 현재 경제 질서를 여섯 가지 원칙으로 요약하고 있는데 이는 봉건시대의 군주제와 놀라우리만큼 닮은 모습이다.
흔히 주주는 상장 주식회사의 자금을 대는 '투자자'라고 말하지만 학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자본공급 기능을 멈춘지 50년이 넘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돈 100달러 중 1달러만이 기업에 돌아갔다. 그 외에 99달러는 끝없이 떠다니며 기업이 아닌 주주 개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 결국 주주들은 '투자자'이기보다는 '투기꾼'이라는 결론이다.
저자는 "자본의 관점에서 기업의 모든 것을 보게 하는 재무제표부터 바꾸자"고 주장한다. 기존 손익계산서가 비용으로 취급하는 직원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과 같은 자리에 놓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지식의 원천인 직원을 함부로 잘라버리는 게 '비용 절감'으로 인정돼 주가가 오르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툭하면 원가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일삼는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8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