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마지막 문단은 '정치학'의 출간을 예고하고 있다.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 할지라도 공동체가 전제적이라면 행복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정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학'을 저술했다. 그에게 정치의 목표는 개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행복이었다.
이 책에는 정치학은 물론 인생 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는 기원전 4세기에 널리 퍼져 있는 수많은 정치체제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특정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을 권고하는 장면에서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이 권고를 원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할 정도이다.
저자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심오한 의미가 있는 이 말은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란 것을 시사한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려면 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둬야 하고, 이를 정치적인 방법 즉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화의 빈곤, 소통의 부재를 탄식하는 오늘의 정치현실은 바로 인간이 정치적 동물임을 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위대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시대적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을 보여준다. 저자의 노예론, 그리스인들에 대한 지나친 찬양, 자급자족에만 치우쳐 지나치게 작은 국토와 시민 수를 상정한 것은 그의 정치사상의 한계를 보여준다. 조선조 양반들이 노비를 아주 자연스럽게 바라보듯이 그리스인들은 가정마다 있는 노예들을 그렇게 바라봤다. 저자는 노예를 살아있는 도구로 생각했으며, 노예로 지내는 것이 노예에게는 도리어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제8권에 나오는 노동과 여가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앞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드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노동의 목적이 여가라고 주장한다. 노동이 부에 대한 한계 없는 탐욕과 타자를 지배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자유인답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가는 마음을 도야(陶冶)하는 것으로 그 어원상 학교에서 보내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실제 이 '정치학'은 미완의 책이다. 미완의 책이 된 것은 교육에 관한 더 많은 논의에 대해 저술되지 않았거나 전승과정에서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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