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소·인건비 계속 올라 우리도 속 타"…고민 깊은 '삼

8일 저녁 대구 중구 남산동 한 식당. 생일을 맞은 회사원 김운호(48) 씨가 동료직원 8명에게 한턱 쏘는 자리였다. 김 씨는 메뉴 표에 붙은 삼겹살 가격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1인분에 7천원이어서 양껏 먹으려면 고깃값만 15만원에서 20만원은 나올 것 같아 내심 조바심이 났다.

김 씨는 식당 주인에게 "돼지고기 값이 많이 내렸다던데 식당에서는 가격을 안 내리느냐"고 물었다. 식당 주인은 "막상 식당에 들어오는 고기 값은 변화가 없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김 씨는 "산지 돼지고기 값이 크게 내렸다던데 식당 판매가는 변화가 없어 이해가 잘 안 간다. 유통 구조의 문제인지, 식당 업주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돼지고기 물가 관리에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고 푸념했다.

최근 들어 돼지고기 식당마다 가격을 왜 내리지 않느냐고 묻는 소비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공급 과잉으로 산지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지만, 식당 소비자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산지 가격 하락 폭이 유통 업체의 돼지고기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대구지역 삼겹살(100g) 소매 가격은 7일 기준 1천52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880원보다 18.8% 떨어졌다. 하지만 산지 가격과 도매 가격이 30% 이상 하락한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삼겹살 데이인 '3월 3일'을 앞두고는 대형마트들이 대대적인 삼겹살 할인 행사에 들어갔지만 산지 가격 하락폭을 밑돌았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전혀 내려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물가정보 공개 서비스에 따르면 대구지역 식당의 삼겹살(200g) 가격은 2월 1만1천58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1천175원보다 오히려 406원 올랐다.

회사원 서민호(30) 씨는 "최근 돼지 가격이 급락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막상 회식을 하러 가면 삼겹살 가격은 전혀 변화가 없으니 가게 주인이 폭리를 취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공급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어 가격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 삼겹살은 가격이 내려갔지만 상추, 파 등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는 채소 가격은 크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남기는 이윤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

대구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식당이 돼지고기를 공급받기까지는 적어도 5, 6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정도 공급 가격이 내려갔다. 반면 채소 가격은 20~30% 정도 오른데다 인건비 부담도 늘어 오히려 인상 요인이 있다"며 "또 삼겹살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을 내리면 다시 올랐을 때 가격을 인상하면 손님들의 반발이 더 크다"고 했다.

복잡한 중간 유통 구조도 소비자들의 가격 하락 체감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여기에 산지 가격은 돼지 한 마리 전체를 기준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삼겹살, 목살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위만 떼놓고 보면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육가공업체들이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인기 부위로 이윤을 남기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부위의 가격은 전체 하락 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최대한 유통 단계를 줄여 거품을 빼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 산지 돼지고기 값이 큰 폭으로 내렸지만 식당 판매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대구 중구의 한 돼지고기 식당.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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