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과일이 녹인 치아

1월 중순 영남대 의과대학 기독의료봉사회에서 주관하는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무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서 의사나 환자 모두 모두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힘을 얻곤 했다. 특히 아이들의 맑고 한없이 깊은 눈은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아이들의 치아상태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상해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칫솔질을 자주 못하기에 치아상태가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도 3, 4살 정도의 치아가 완전히 삭아서 뿌리만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문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아에게 우유병을 오래 물려주거나 요구르트를 우유병에 넣어서 주면 치아가 삭아 버리는 경우를 가끔 보았지만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은 우유나 요구르트를 먹을 만큼 형편이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단지 칫솔질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캄보디아 아이들의 심각한 치아 상태를 설명해 줄 수 없다.

한 번의 치료로는 장기적으로 캄보디아 아이들의 치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최근 우리나라에서 치아를 부식시키는 음료 중 1위로 과일 음료가 뽑혔다는 뉴스를 접했다.

많은 사람들이 탄산음료가 치아에 안 좋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이유인즉슨 과일이 지닌 산성 성분과 음료에 포함된 당분을 통해 에나멜 손실이 진행되고 치아의 표면이 파괴되는 것이다.

여전히 캄보디아 아이들의 치아상태의 원인을 과일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과일 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며 과일 음료가 지닌 건강상의 긍정적인 요소들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캄보디아 아이들의 경우만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치아를 포함한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충분한 칼슘 섭취가 따라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즈, 우유 등 유제품의 일정 섭취가 필요하다. 게다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골다공증 예방과 함께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유제품을 통한 칼슘 섭취를 지속해야 한다.

다음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위해서는 2년이 남아 있지만 다음에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찾아갈 때는 칫솔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과일 섭취량도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치아치료뿐만 아니라 유제품도 함께 나눠줘야겠다. 그러면 언젠가 캄보디아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만큼 새하얀 치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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