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떨어지는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때문에 양돈업계가 아우성이다. 양돈업계가 도산 직전으로 내몰리면서 농촌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돼지고기의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보자.
의성에서 돼지 9천 두를 사육하고 있는 의성 사곡양돈영농조합법인 변수석(58) 대표는 "지금 양돈 농가는 거의 고사 직전"이라고 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돼지값 때문이다. 매달 2천~3천 두를 출하하는 변 대표의 경우 엄청난 손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돼지는 생후 6개월이 지나 무게 110㎏이 넘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이런 상태가 1년간 지속되면 대기업이나 기업형 농장을 제외한 양돈 농가는 대부분 도산한다"며 "현재로서는 나들이 철이 시작되는 4월이 오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국내산 돼지 생체 한 마리(110㎏ 기준) 생산비는 32만7천원 선으로 ㎏당 생산비는 3천원이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마리당 가격은 22만원 선으로 ㎏당 가격이 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돼지 한 마리를 내다 팔면 10만원 정도를 손해 보는 꼴이다. 지난 1월 국내산 돼지의 전국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박피 기준)도 ㎏당 3천32원으로 지난해 6월 4천971원에 비해 6개월 만에 2천여원이나 떨어졌다.
돼지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는 것과는 반대로 사료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내 육성돈 기준 사료값(㎏당)은 2010년 6월 410원에서 2011년 6월 462원, 지난해 6월 476원으로 올랐다. 올 들어서는 503원을 기록해 2년 만에 무려 100원 가까이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돼지고기 수입 물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0년 17만9천490t에서 2011년 37만248t, 2012년 27만6천155t 등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2011년을 제외하면 2년 만에 10만t이나 늘어났다. 구제역이 발생하기 직전인 2010년 말과 올 1월 현재 국내 돼지 수가 1천여만 두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 물량의 증가가 돼지값 폭락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돈 소비 부진에는 농업협동조합법의 규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도 내 축협이 대구 등 소비성이 강한 대도시에 축협 간판을 내걸고 직판장을 개설하려면 해당 지역의 축협과 농협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 같은 규제 때문에 경북도 내 축협들이 대구에 직판장을 개설하고 싶어도 해당 지역 축협과 농협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 대구에서 한우와 한돈 직판장을 운영하는 곳은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군위축협이 유일하다. 군위축협의 경우 대구 한 축협이 운영하는 기존의 직판장을 인수했기 때문에 직판장 개설이 가능했다.
이는 경북도 내 각 시'군별로 한우농가들이 직판장을 운영해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한우 소비를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과는 비교된다. 국내 한우 시장은 구제역 파동으로 휘청거리다 소비가 꾸준히 늘면서 제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산 돼지고기인 한돈의 경우 지역에서 직판장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기존의 영세 식당들과의 경쟁 관계, 소비 시장 등을 감안하면 한돈 소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경북도 내의 축협들은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법상의 각종 규제들을 하루빨리 개정해 대도시에서 한우와 한돈의 소비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위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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