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콘택트렌즈가 해외보다 최대 64%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종 FTA로 관세가 인하됐음에도 일부 제품들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한국소비자는 만만
한국소비자연맹은 최근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서울, 대구, 부산 등 국내 안경점 157곳과 미국, 일본, 대만, 중국, 호주, 홍콩, 영국 등 7개국의 콘택트렌즈 평균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존슨앤드존슨, 시바비젼, 쿠퍼비젼, 바슈롬 등 4개 업체다.
조사 결과 외국산 제품 8개 가운데 7개의 국내 평균 판매가격이 외국보다 비쌌다. 해외에서 평균 3만5천402원에 유통되는 시바비젼의 '에어 옵틱스 아쿠아'는 국내에서 5만8천214원으로 64%나 비싸 가격차가 가장 컸다. 아큐브 모이스트(존슨앤드존슨), 포커스 데일리즈(시바비젼), 아큐브 트루아이(존슨앤드존슨), 소프렌즈 데일리(바슈롬)도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11~34%가량 비쌌다.
조사기간 중에 할인행사를 진행했던 쿠퍼비전의 '프로클리어 원 데이'만 국내 가격(3만8천282원)이 외국(4만3천150원)보다 저렴했다.
5개국 안경점에서 모두 판매되는 제품의 국가별 가격현황을 살펴보면 아큐브 모이스트, 소프렌즈 데일리, 포커스 데일리즈의 경우 중국이 가장 비싸고, 아큐브 어드밴스(존슨앤드존슨)는 일본이 가장 비싸며, 에어 옵틱스 아쿠아는 한국이 가장 비쌌다.
미국, EU와의 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됐는데도 가격이 오른 제품도 있었다. 관세는 2.8~4.0% 낮아졌지만 이런 혜택이 국내 소비자가 아닌 외국업체로 돌아가고 있는 것. '소프렌즈 데일리'(바슈롬)의 개당 가격은 2011년 996원에서 작년에는 1천92원으로 올랐고, '아큐브 트루아이'(존슨앤드존슨) 제품의 개당 가격도 2011년 1천490원에서 지난해에는 1천496원으로 오히려 인상됐다.
일부 제품은 거의 모든 안경점에서 같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아큐브 트루아이'를 판매 중인 132곳의 안경점 중 129곳의 판매가격은 4만5천원으로 같았다. 기타 제품도 90% 이상 안경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제조업체의 가격조정 의혹
콘택트렌즈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것은 소수 외국 제조업체 위주의 독과점적 유통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안전성 관련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술집약적인 제품 특성을 갖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콘택트렌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68억달러(7조6천억원)이고 존슨앤드존슨, 시바비젼, 쿠퍼비젼, 바슈롬의 4대 외국 메이저회사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 시장 규모는 2012년 약 2천억원 수준이며, 4대 메이저가 87%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업체들은 컬러렌즈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은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하면서 광고비 부담이 는 것도 비싼 판매가격의 한 원인이다. 존슨앤드존슨과 바슈롬은 광고선전비 비중이 전체 매출액 대비 6.3~13.8%에 달한다. 국내 제조회사들이 0.6~3.2%에 비하면 광고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 또 기존 저가제품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으로 신규 고가제품을 체험용으로 무료 배포함으로써 고가제품의 소비 확대를 위한 판매전략을 추진하기도 하는데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판촉비가 2010년 75억원에서 2011년 110억원으로 증가했다.
상당수 제품들의 경우 대부분의 안경점에서 거의 동일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조회사의 제품일수록 판매가격의 동일성 정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콘택트렌즈 업체가 안경점에 가격 인하를 못하도록 강요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 트루아이 제품은 전체 132개 안경점 중 97.7%인 129곳의 판매가격이 4만5천원이었다. 아큐브 모이스트(95.0%, 139개 중 132개), 아큐브 어드밴스(93.6%, 109개 중 102개) 및 아큐브 2 인핸서즈(97.0%, 33개 중 32개) 제품도 90% 이상의 안경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일본은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 모이스트, 아큐브 트루아이 제품이 동일한 프랜차이즈 업체인 두 곳만 가격이 같았으며, 대만의 경우 판매가격이 동일한 안경점은 40% 수준이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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