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안에 (미국을 물리치고) 태평양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1941년 태평양전쟁 개전을 앞두고 총리대신 겸 육군 대장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는 히로히토 일왕 앞에서 승리를 호언장담했다. 턱도 없는 얘기였다. 미국과 일본의 국력 차이, 국제 관계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이 절대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광신적 군국주의에 물든 일본 지도층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다. 그 당시 일본에는 상식과 이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 전체가 집단 광기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가 수준 이하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학도병 지원제와 징병제 등을 강행한 공포의 인물이지만, 패전 직후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웃음거리가 됐고 도쿄전범재판 중에는 "모든 책임은 일왕에게 있다"는 식으로 증언을 했다. 평생을 군인으로 산 '전쟁광'의 최후치고는 너무 추했다. 교수형 직전 남긴 하이쿠(일본 고유의 짧은 시)만큼은 장엄했다. '50년 말 위에서 보낸 꿈의 뒤' 해놓은 짓은 정신병자 같았지만, 죽을 때는 유언 시를 지으며 제법 사무라이 흉내를 냈다.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출현이나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집단 광기에 휩싸인 사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비이성적인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는 어떤 방식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터지고 마는 시한폭탄과 같다.
요즘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파국을 걱정하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김일성'김정일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남북 간에 협박과 공갈이 난무하더라도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막가파식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어 더 걱정스럽다. '선제타격' '불바다' '핵단추' 같은 원색적인 용어를 앞세워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그만큼 북한이 절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회적 외톨이의 묻지 마 범죄처럼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불안정한 북한이 어떤 돌출 행동을 벌일지 알 수 없다. 북한이 대형 사고를 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우리로선 최악의 상황만은 피했으면 하고 빌고 또 빌 뿐이다. 북한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답답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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