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내년 6월 개통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교각을 분양한다.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 사이 23.95㎞에 10m 높이로 들어설 535개 교각에 대구의 색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나 국가와 지역 발전에 공이 큰 인물에게 우선 분양하고, 지역의 특색을 한껏 살릴 아이디어를 낸 단체나 개인도 분양받을 수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전 구간에 걸쳐 평균 50m마다 하나씩 설치되는 교각의 처리 문제는 도시철도 3호선을 모노레일로 결정할 때부터 관심이었다. 이는 밋밋한 잿빛 교각이 도심 흉물이 되고, 교각 사이 사장되는 공간도 많아 모노레일 도입 반대 측이 내세운 주요 근거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대구시의 이번 교각 분양은 뜻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복잡한 문제가 따른다. 먼저 이 교각을 대구를 상징할 수 있는 구조물로 키우려면 큰 틀의 통일성이 필요하다. 당연히 일정 부분 제한이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는 자유롭고 예술적인 창작이나 특색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분양받은 단체나 개인의 자율에 맡기면 난삽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교통 소통이다. 교각을 활용한 예술 활동은 보행자나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분명히 즐거움을 줄 것이다. 활용만 잘하면 그동안 잿빛 도시, 낭만이 없는 도시로 평가받던 대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각의 화려한 치장은 차량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 모노레일 건설 구간은 도로의 너비가 좁아지고, 구조물 때문에 교통 혼잡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교각을 구경하기 위한 서행까지 보태진다면 교통 지체는 물론 사고 위험도 커질 것이다. 이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함께 예상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다면, 다수 여론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구시가 큰 틀의 교각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시민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 또한 현재 녹지대 조성 정도일 뿐인 교각 사이 공간의 활용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시철도 3호선 개통까지 아직 1년이 넘게 남은 만큼 개통 전에 교각 처리와 사장 공간 활용을 한꺼번에 마무리할 수 있는 대구시의 행정력을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