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십자인대 손상

부상 뒤 증상 없다고 가볍게 넘겼다 치료시기 놓칠라

무릎에 있는 십자인대를 다쳤을 경우 곧바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무릎에 있는 십자인대를 다쳤을 경우 곧바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날씨가 쌀쌀할 때 몸은 자연스레 움츠러들고 근육이 굳어진다. 이럴 때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운동을 하면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다. 특히 스키나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무릎 아래 정강이뼈가 심하게 뒤틀릴 때, 교통사고 때 무릎을 심하게 부딪쳤을 때 겉으로는 멀쩡해도 무릎 안에 있는 십자인대에 심한 손상을 입는다. 무릎에 있는 전방 및 후방 십자인대는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를 연결해 무릎 관절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딪쳐서 생 전방 십자인대 파열

전방 십자인대 파열의 원인은 접촉성과 비접촉성으로 나뉜다. 손상의 80% 정도는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부딪치지 않고 생기는 비접촉성 원인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갑자기 감속하는 경우, 무릎이 비틀리는 경우, 뛰어올랐다가 착지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꺾이는 경우, 무릎이 지나치게 펴지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접촉성 원인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부딪칠 때를 말한다. 스키, 축구, 농구 경기 도중 서로 부딪치면서 무릎이 안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다른 인대나 연골도 함께 손상을 입게 된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 즉 끊어지면 다양한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무릎 내부에서 인대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경우, 당장 걷기 어렵거나 심한 통증과 부기가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없을 때도 있다.

무릎이 덜렁거리거나 어긋나는 느낌도 있는데 초기에는 심하지 않다가 2, 3개월이 지나서 생기기도 한다. 이런 불안정성이 심해지거나 오래되면 연골 손상, 반월상연골판 파열이 일어나서 2차적인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수술이 필요한 전방 십자인대 파열

전방 십자인대를 다쳤을 때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얼마나 심한지, 파열된 위치가 어디인지, 덜렁거리거나 어긋나는 느낌이 심한지 등에 따라 다르고 환자의 나이나 생활방식, 활동량도 감안해야 한다.

대학생 박인택(가명'1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지난겨울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무릎이 심하게 안쪽으로 꺾였다. 곧바로 응급실에서 검사했더니 무릎에 피가 차 있고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MRI 검사상 내측인대와 전방 십자인대가 찢어진 것이 확인됐다. 내측인대는 원래 인대를 연결하고 전방 십자인대는 자기 인대를 사용해 다시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난 현재 보조기를 찬 채 걸어다니며, 별다른 통증 없이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다.

전방 십자인대는 무릎의 다른 인대에 비해 자연적으로 낫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보존적 치료만으로 기능을 되찾기 어렵다. 나이가 많거나 활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 별다른 증상이 없는 부분 파열 환자 외에는 주로 수술을 한다.

수술로 떨어진 인대를 봉합하는 방법은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주로 관절경을 사용해 자기 인대(주로 어깨 인대나 허벅지 뒤쪽 힘줄을 일부 떼어옴)나 다른 사람의 인대(수술용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음)를 이용해 전방 십자인대를 다시 만들어주는 '인대 재건술'을 한다. 부기가 빠지고 염증도 없으며, 무릎을 어느 정도 굽혔다가 펴는 것이 가능할 때 수술한다. 대개 다친 후 3주 이상 지난 시점에서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방 십자인대 파열, 별다른 증상 없을 수도

후방 십자인대 파열은 대개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정강이뼈가 뒤로 밀리거나 갑자기 무릎이 지나치게 구부러질 때 생긴다. 운전 중 급정지하거나 추돌사고를 당했을 때 무릎이 대시보드에 부딪쳐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붓거나 통증 등이 오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부상이 의심스러운데도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가볍게 넘겼다가 몇 달 뒤에 통증이 찾아와 치료 시기를 놓칠 수가 있다.

직장인 김무호(가명'41'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씨는 운전 중 앞차와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지만 무릎이 대시보드에 부딪치며 통증을 느꼈다. 무릎이 부어오르고 움직일 때마다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을 진단받았다. 깁스로 무릎을 고정한 뒤 치료를 받던 중 부기가 빠지고 통증이 줄어들었다. 보조기를 착용하고 재활운동을 하며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4개월 정도 지난 현재 걷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불편함이 없어서 가벼운 조깅도 시작했다. 다리에 근력이 더 생기면 즐겨 하던 테니스도 시작할 생각이다.

◆보존적 치료가 가능한 후방 십자인대 파열

후방 십자인대 파열은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후방 십자인대에는 많은 혈관이 있어서 인대가 저절로 나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른 인대의 손상 없이 후방 십자인대만 파열됐고, 정강이뼈가 뒤로 밀리는 정도가 미미한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고 깁스나 보조기, 재활운동을 통해 인대가 저절로 회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달간 이런 보존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무릎이 계속 불안정하고 통증이 있으며, 연골 손상이 계속될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후 재활도 매우 중요하다. 일정 기간 무릎을 보호하고, 시기에 맞는 운동이 필요하며, 대개 보조기를 사용할 필요도 있다. 이식한 인대의 특성, 인대의 고정 방법 등에 따라 재활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무릎이 지나치게 펴지는 것을 피하는 동시에 나중에 무릎이 다 펴지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관절 운동을 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보조기 각도를 늘리면서 굽히는 각도가 갑작스럽게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력 강화 운동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인대가 약하기 때문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전방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면 6~9개월 뒤에, 후방 십자인대 수술이라면 9~12개월 뒤에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장호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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