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구에 현대판 '양다리, 세다리, 어장관리' 등의 용어 뜻과 일맥상통하는 '다각애'(多角愛)라는 자유연애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 제목이 된 한자어가 흥미롭다. '문어발식 사랑, 여러 개의 복잡한 연애를 한다'는 한자 뜻을 담고 있다.
파격적인 제목에서 보듯 이 소설은 1920년대 당시 대구가 자유연애 및 자유사상을 담은 도시였다는 것을 다른 한편으로 방증하고 있다. 문예 방면으로 대구 소설가 현진건의 첫 장편소설 '지새는 안개'(1925) 역시 연애소설로 '개벽'지에 1923년 2∼10월 9회에 걸쳐 연재되기도 한 것을 보면 '다각애'도 당시 독자들에게 생소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조선총독부로부터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잡지 '개벽'에 실린 사실도 흥미롭고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리며 한반도 진보사상의 진원지로도 불리던 대구가 그 배경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소설의 작자 이상수는 한국문단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897년 대구생으로 제일교회를 다녔고 민족시인 이상화와 함께 중앙고보를 다녔으며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을 가서는 아나키스트적 성향을 지니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각애'에 관한 당시 기록도 주목을 끈다. 1926년 1월 23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서점에서 본 대구의 독서열'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대구에서 제일 인기 있는 부문이 연애소설이고 그다음이 사상 방면 서적이라고 기사 소제목으로 달고 있다. 특히 '다각애'는 당시 연애소설 중에 다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현재 이 소설은 국회도서관에 한 권이 남아 있다.
'다각애'는 당시 가부장적인 남자와 정조를 지켜야 하는 여자 사이의 불평등을 풍자한다. 또 이 소설 속에는 한 남자에게 희롱당한 3명의 여자가 삼각동맹을 맺기도 한다. 남자 주인공 '준원'이라는 인물은 학교 교사로 달변의 멋진 남성이다. 상대는 '준원'에게 농락당한 세 여자(옥희'옥렬'순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구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권상구 사무국장은 "남자 주인공이 세 여자를 농락하자, 부인인 옥렬을 비롯해 3명의 여성이 삼각동맹을 맺고 이 못된(?) 남자를 계도하는 게 줄거리"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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