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8시 40분쯤 대구 북구 동변동 동화천에서 있었던 정월 대보름행사를 구경하러 간 A(17) 양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꽃놀이기구의 불꽃이 B(15) 양에게 튄 것이 발단이 돼 싸움에 휘말렸다. A양이 B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B양의 오빠 C(18) 군이 A양을 때리는 등 갑자기 싸움이 커지게 되면서 결국 경찰에 붙잡혀왔다. 하지만 A양, B양, C군 모두 한 번도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킨 적 없고 경찰에 입건된 기록도 전혀 없는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다. 원칙대로 형사입건 처리를 하면 범죄 기록이 남게 돼 나중에 진로를 결정할 때 등 내내 범죄자 낙인이 따라다니게 될 판이었다. 사건을 맡은 대구 북부경찰서는 8일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북부경찰서가 마련한 선도프로그램 참여를 조건으로 훈방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입건이 될 소지가 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방안이 마련됐다.
대구경찰청은 올해부터 만 14~19세의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 중 선고형 2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미한 즉결심판 대상 사건에 대해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를 열어 형사입건 여부를 심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는 각 경찰서마다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생활안전과장을 내부위원으로 지역의 변호사, 교사, 심리상담사 등을 외부위원으로 위촉해 총 6, 7명의 인원으로 구성한다. 형사입건 결정을 해야 하는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형사입건 여부와 선도 방안을 논의한다. 만약 해당 사건의 청소년들에게 선도를 조건으로 한 훈방 조치가 내려지면 경찰서는 자체 선도프로그램을 마련해 참여시켜야 한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가 대구 북부경찰서에서 처음 열렸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8일 북부경찰서 2층 소회의실에서 폭행 사건과 금품 갈취 사건 등 2건에 대해 소년범 선도심사위원회를 열고 가해 청소년들에 대해 북부경찰서가 마련한 선도프로그램 참여를 조건으로 훈방을 결정했다. 앞으로 이들은 템플스테이, 봉사 활동 등 북부경찰서가 마련한 선도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선도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권오상 변호사는 "국가형벌권 행사보다는 정말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 훈방조치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형식적 프로그램보다는 정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도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가해 청소년은 "경찰서에 처음 갔는데 앞으로 두 번 다시 오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북부경찰서 황성호 여성청소년과장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선도를 통해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라며 "선도심사위원회 제도가 앞으로 많은 청소년 범죄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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