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선아 힘내라

1978년 3월 26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5'16광장에 40여만 명이 모였다. 개신교계가 연 부활절새벽연합예배는 기독교방송(CBS)이 전국에 라디오로 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상 중앙에 있던 CBS 마이크에서 갑자기 난데없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동일방직 문제 해결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이크를 점령하고 부활하신 예수를 기다리는 세상이 전혀 모르는 일을 난데없이 폭로한 여섯 명의 여성 근로자들은 출동한 경찰에 1, 2분간 발버둥치다가 끌려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엄청난 일이자, 우리나라 민주노조 운동사에서 노동자 연대의식의 싹을 틔운 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끌려간 여성노동자 6인방 가운데 1970, 80년대 노동운동의 산 증인이자 이후 여성노동운동의 기둥으로 자리 잡은 김지선 씨가 섞여 있었다. 물론 남영나이론 김현숙, 원풍모방 장남수 등과 함께했다.

이들은 인천 동일방직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행구사와 똥물투척만행을 세상에 알리려는 단 한 가지 생각으로 뭉쳤다. 일찍부터 노조가 있었던 동일방직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70~80%가 여성이었고, 1972년에는 여성노조위원장(주길자)까지 선출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사주를 받은 이들에 의해 어용노조가 생기고,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여성 노등자들은 탄압받고, 인분까지 덮어쓰는 짐승 취급을 받았다. 이를 알리려는 수단으로 불법적인 예배단상점거사건을 벌인 것이다.

이때 붙잡힌 김지선 씨는 구속되어 처음으로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 김지선 씨가 4월 24일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바로 그 김지선이다. 삼성 ×파일과 떡값 검사를 홈페이지에서 폭로한 대가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의 부인이다. 한양대 모 교수가 노회찬의 지역구 세습이라고 트위터로 평가절하할 일이 아니다. 김지선 씨는 그동안 걸어온 노동운동, 여성운동, 지역운동으로 충분히 지역구를 맡을 자격이 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게도 양보를 바라지 않기를 바란다. 지역민이 정말 안철수 교수를 원하는지, 그늘에서 사회적 약자의 편을 묵묵하게 지켜온 김지선 당신을 원하는지 당당하게 붙고, 그 결과에 승복하기를 바란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승리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