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씩 차근차근 나아가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에 돌아온 그가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지난해 대선 패배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사과하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한숨을 덜어 드리는 게 제가 빚을 갚는 일이다. 새로운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 현실과 부딪치며 텃밭을 일궈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원병 출마는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부산 영도가 아닌 서울 노원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서 새 정치를 위한 새싹을 민심의 척도인 수도권에서 시작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노원병은 많은 현안이 농축된 곳"이라고 답했다.
이날 밝힌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문에는 '새 정치'라는 단어가 수십 개 들어있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썼던 기치인 '새로운 정치'를 또다시 내세운 것이다. 최근 정부 개편안 문제로 40여 일째 극한 대치를 보이고 있는 여야를 구태(舊態)로 몰아붙이며 비판하는 동시에 그 틈새에 깃발을 꽂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 전 교수는 "(여야의 정부 개편안 대치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다.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라면서 자신은 '낮은 정치'를 하겠다고 차별화했다.
이에 기존 정치권은 '안철수 재등판'에 실익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내심 안 전 교수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11일 현안 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새 정치보다는 구태 정치를 보여줬고 단일화 타령만 하다가 퇴장했다"면서 "이번에는 성함 그대로 안철수니까 철수하지 말고 끝까지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꼬집었다.
한 여권 인사는 "가뜩이나 정부조직법 개편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의 공방이 구태라는 비판을 받는 마당에 안 전 교수가 새 정치를 기치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경우 여당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도 훼손될 우려도 있다"며 "새 정부 초기에 안철수 바람이 새 정치 태풍으로 몰아닥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은 '安의 재등장'에 더욱 혼란스럽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선언에 진보정의당은 발끈하고 있고, 민주통합당도 야권 분열로 말미암은 후폭풍 예고에 좌불안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안 전 교수가 야권 전체의 통합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안철수 신당' 창당은 야권이 분열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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