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 경북 안동과 예천, 울진 지역에는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 덮쳤다. 화마가 할퀴고 지나 간지 2년이 지났지만, 산불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산불로 훼손된 산림이 회복되려면 30~50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달 9일 포항을 덮친 산불의 여파가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전 심각한 산불 피해를 보았던 지역을 둘러봤다.
◆여전히 시커먼 민둥산
11일 오후 안동시 풍산읍 신양3리 보문산. 화마의 흔적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누런 흙 무덤 사이로 듬성듬성 솟아난 시커먼 잿더미가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안동에서 예천 방면으로 뻗은 문수산맥은 거무튀튀하게 불에 그슬린 나무들만 남아 있었다. 초록빛이라고는 불길을 피해 띄엄띄엄 살아남은 소나무 몇 그루와 잡풀이 전부였다.
2011년 4월 2일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과 예천의 산림 186ha를 태웠다. 불은 삽시간에 안동시 풍산읍 현애리와 신양리, 서미리 등으로 번지면서 민가에도 큰 피해를 줬다. 현재 일부 지역에는 조림 사업으로 30~50cm 크기의 어린 수목을 심어 놓았지만 산림 회복은 요원해 보였다.
산불 피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풍산읍 신양3리 최영석(64) 이장은 "지난해 안동시가 조림 사업을 하면서 나무를 다 잘라버려 비만 오면 시커먼 잿물과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산불로 집 4채가 불에 탄 옆 마을 서미1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임상춘(63) 서미1리 이장은 "송이도 따고 산나물을 캐던 울창했던 마을 뒷산이 산불로 민둥산이 돼 버렸다"며 "공기뿐 아니라 미관도 크게 훼손돼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와 농작물을 망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규대(68'신양3리) 씨는 "산불로 소중한 산림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조림 사업을 한 후부터는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는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상훈 박사는 "산불로 황폐해진 산림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면 침엽수는 30년, 활엽수는 50년이 흘러야 가능하며, 생태적 회복은 100년이 걸린다"며 "산림의 빠른 회복을 위해선 산불 현장에 토사가 더는 흘러내리지 않게 하고, 현장 인가 근처에는 인공 조림을 통해 미관에 좋은 활엽수 중심으로 식재하고, 인가에서 떨어진 곳은 자연 조림 계획을 세워 복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창한 금강송 보려면 40년은 더 기다려야
울진군 기성면 정명1리 주변 산림은 화마가 할퀸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뻘겋다. 수령이 50~100년이던 '울진 금강송 소나무' 수십만 그루는 한순간에 사라졌고, 황폐한 야산으로 전락했다. 산을 찾는 인적마저 드물어 아예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 울진군이 조림 복구 사업으로 2년째 소나무를 심고 있지만 피해 면적이 168ha로 워낙 광활해 '코끼리 비스킷' 이라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2011년 3월 30일 발생한 산불로 이 일대는 아직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당시 사흘 동안 계속된 산불로 16만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가 탔고, 인근 마을의 주택과 창고 등 12동이 소실돼 1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화재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로만 추정될 뿐 용의자를 찾지도 못했다.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군민 성금 모금으로 해결된 상태다.
황병원(62) 기성면 정명1리 이장은 "당시 50년 이상 된 금강송 숲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처참하고 참혹한 심정이었다"면서 "주민들이 살아있는 당대에는 예전의 아름다운 고향 숲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만교 울진군 산림녹지과장은 "작년부터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이곳에 산림 복구를 하고 있으나 울창한 금강송을 보려면 40년가량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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