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명산인 팔공산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healing)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팔공산 갓바위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가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로 추정되는데다 팔공산이 지닌 치유의 힘을 바탕으로 힐링 빌리지, 힐링 로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팔공산이 '힐링 벨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
1990년대 초반까지 대구의 유명 고시촌으로 명성을 날리던 동구 백안동 서당마을은 10년 전부터 암환자들의 요양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1979년 취락구조개선사업으로 20가구가 조성된 서당마을은 공산 119안전센터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백안삼거리에서 동화사 방향으로 1.5㎞쯤 가면 나온다.
40대 이상 중장년들의 기억 속에 이곳은 고시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암 환자 20명이 몰려 살면서 요양마을로 바뀌었다. 고시촌 모습은 남아 있지 않고 암환자들이 스스로 개조한 황토방이 하나 둘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폐암 선고를 받고 4개월 전 이곳으로 들어온 조일래(56) 씨는 "고시촌으로 알고 있던 곳에 암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갖고 몰려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공기와 물이 좋은 곳, 그리고 도심과 가까운 곳을 찾는 암환자들이 서당마을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척에 북지장사로 향하는 솔밭이 있어 공기가 좋고, 소독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하수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개간할 수 있는 밭이 널려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암환자들은 공기와 물만큼은 인정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0년 전 병원에서 1년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뒤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김인숙(60'여) 씨는 "스스로 병을 이겨내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생활환경도 중요하다. 10년간 이곳에서 살아보니 공기와 물이 도시와 다르다"고 했다. 동구청에 문의해본 결과 이곳의 물이나 공기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서당마을의 지하수는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지만 수질 성분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 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북지장사로 향하는 3㎞ 남짓한 소나무숲 길은 등산객들에게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실제 나무나 식물이 내보내는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는 사람의 생리적 화학반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대구 동구청은 곧 이곳에 대한 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힐링 빌리지(Healing Village)로 조성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팔공산 곳곳에 암환자들이 요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 마을처럼 많은 암환자가 살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앞으로 힐링 빌리지로 조성하기 위해 최대한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행정적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구 동구청은 5억원을 들여 팔공산 초례봉 주변에 '이야기가 있는 힐링 로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힐링 로드는 신서혁신도시 북서편에 있는 나불지에서 시작돼 소나무숲이 울창한 지역을 지나 초례봉 정상(해발 636m)을 거친 뒤 동내골로 내려오는 10㎞ 코스다. 숲길 조성과 안내판 및 목재계단 설치 등을 거쳐 힐링 로드는 9월쯤 선을 보일 예정이다. 동구청은 초례봉 등산로 장점을 활용해 명상 공간, 맨발 흙길, 삼림욕장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예로부터 팔공산은 병든 이들이 많이 찾아와 치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구 한의학에다 힐링 빌리지, 힐링 로드 등을 접목시켜 팔공산을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명소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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