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발 밥퍼' 하나새마을금고 배동습 이사장

4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국수파티…경로당·어려운 학생 돕기도 열성

배동습 하나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대명3동지점 무료급식소에서 국수에 육수를 퍼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배동습 하나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대명3동지점 무료급식소에서 국수에 육수를 퍼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어르신, 국수 많이 드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대구 남구 대명3동 대명시장 입구 점심때. 도로를 따라 천막 밑에 설치된 식탁에서 노인들이 맛있게 국수를 먹고 있었다. 노인은 줄잡아 200여 명. 90대로 보이는 할머니도 국수를 먹기 위해 꼬부랑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나왔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은 국수를 배식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몇몇 노인들은 국수 한 그릇을 이내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하기도 했다. 노인들은 한결같이 국수를 먹고 난 후 "맛있게 국수를 먹었다"는 말을 전했다. 하나새마을금고(이사장 배동습)가 매주 수요일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4년째 '국수 파티'를 열고 있다. 국수 파티가 열리면 이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10명이 나와 천막 설치와 배식 봉사에 나선다.

배동습 이사장은 "단층 주택이 대부분인 대명3동 일대에는 어렵게 사는 홀몸노인이 많다"며 "금고가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해 노인들에게 국수 한 끼를 대접하는 무료급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나새마을금고는 2010년 6월 대명3동지점 급식소를 시작해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봉덕1동지점은 2011년 3월 급식소를 열어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 국수를 급식하고 있다. 무료급식소는 지점 사무실 일부를 주방으로 꾸미고 점포 바깥에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대명3동과 봉덕1동지점 무료급식소에는 주부 자원봉사자 40여 명도 동참해 육수 만들기와 국수 삶는 일을 돕고 있다. 두 곳 급식소에서 노인들에게 배식한 국수량은 지금까지 1만6천 그릇이 넘는다. 설 명절 때는 국수 대신 떡국을 준비해 대접하고 있다.

배 이사장은 급식이 있는 날엔 다른 일을 제쳐놓고 배식 봉사에 나선다. 역할은 주로 삶은 국수에 육수를 퍼담아주는 일이다. 배 이사장은 노인들 사이에서 '백발 밥 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배식을 하기 전 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에게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올해는 본점이 있는 대명2동에도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현재 급식 장소를 찾는 중이고 장소가 정해지면 주방과 조리시설을 갖출 것입니다."

하나새마을금고는 무료급식 외에도 지역에 공헌하고 있다. 경로당 10곳에 매달 10만원씩 지원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매년 500만원 이상 지원하고 있다, 또 자율방범대대원들에겐 7년째 방한복을 전달하고 있는데 지원액이 1천500만원이 넘는다.

배 이사장은 2000년 부실금고 이사장직을 맡아 3년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룬 뒤 2009년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본점과 5개 지점을 둔 자산규모 1천400억원의 새마을금고로 키웠다.

계대네거리 근처에 4층 규모의 새 사옥도 신축 중이고, 새 사옥이 완공되면 지역민을 위한 주부대학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합천이 고향인 배 이사장은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워 배움을 다하지 못했다. 그는 독학으로 공부해 방송통신고와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뒤 올해 영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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