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2일자로 단행할 정기임원인사는 '최초 여성발탁'과 '조직 축소'가 골자다. 포스코 부문장급 고위임원들은 이번에 보직이 대거 변경된다. 이정식(59) 경영전략 1실장(전무)이 새로운 포항제철소장으로 발령났고, 조봉래(61) 포항제철소장이 포스코ICT 사장으로 둥지를 튼다.
포항지역 경제인들은 신'구 포항제철소장의 인사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포항경제계 한 관계자는 "다른 자리는 몰라도 포항제철소의 수장만큼은 지역 출신이기를 바랐다. 포항 경제의 70% 이상을 쥐락펴락하는 포항제철소의 수장이 흥해 출신이어서 반갑다"며 환영했다. 포스코ICT는 포항 출신으로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조 소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 소장이 가진 역량과 포스코의 혁신활동이 안정적으로 포스코ICT에 접목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
◆이정식 포항제철소장과 포항
포항제철소를 이끌 이정식 소장은 포항시 북구 신광면 출신이다. 흥해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경북공고)와 대학교(경북대학교)는 대구에서 나왔지만 뿌리는 포항이다. 특히 포항제철소에서 30년 가까이 생산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진 인맥이 꽤 넓은데다 포항 사정도 밝은 편이다. 박승호 포항시장,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 이병석 국회의원 등 지역 대표 인사들이 대부분 흥해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소통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포항경제계는 포항제철소의 임원 대부분이 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포항효자초등학교 출신인 조봉래 소장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포항제철소 임원은 모두 타지역 출신'이라는 볼멘소리를 불식시켰다. 포항경제계 인사들은 이번 포항제철소장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포항 출신이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포항에서 포스코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포항제철소장이 포항 사람으로 결정돼 앞으로의 포스코 정책결정이 경제적 논리보다 사회적 책임이 먼저 고려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물
이번 포스코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내 이사로 선임된 김응규(59) 전무다. 김 전무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최측근으로 이번 인사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정 회장이 건재하는 한 김 전무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무는 박한용(62) 포스코 사장이 담당했던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아 인사와 노무, 법무 등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한다. 박 사장은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다.
김 전무와 함께 사내이사가 되는 장인환(58) 부사장은 탄소강사업부문장으로 이동한다. 박기홍(55) 부사장은 기획재무부문장(옛 전략기획총괄)을 맡고, 김준식(59) 부사장이 성장투자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바꾼다. 서영세(58) 전무는 스텐인리스사업부문장을 맡는다.
CR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황은연(55) 전무가 담당한다. 마케팅본부장에는 포스코P&S에서 포스코로 이동한 오인환(55) 전무가, 광양제철소장은 백승관(57)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유임한다.
포스코 패밀리사 CEO도 교체된다. 포스코ICT 사장에는 포항제철소장을 맡았던 조봉래 부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특수강은 포스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조뇌하(60) 부사장이 맡는다. 포스코켐텍 김진일(60) 사장과 포스코강판 신정석(61) 사장 등은 유임될 전망이다.
◆여성 임원들은 약진, 전체 임원은 후퇴
여성 리더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전후로 여성 인력 발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들 역시 여성 인력 채용을 위한 인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포스코의 여성 임원 발탁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 인력들의 경영일선 진출은 대세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여성 대통령을 의식한 '정권코드 맞추기'라는 시선도 있다.
포스코 사업전략2그룹 리더 최은주(46) 씨는 여성 공채 출신으로는 최초로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A&C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로 승진했다. 최 상무는 재무'투자'사업전략 업무를 두루 경험한 관련 분야 전문가로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상무와 함께 글로벌리더십센터를 이끌고 있는 유선희(52) 씨도 포스코 상무로 승진해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으로 보임됐다. 스테인리스 열연 판매를 총괄하는 양호영(53) 씨는 포스코 창립 이래 최초의 여성 해외법인장이 됐다. 양 씨는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의 법인장을 맡게 됐다. 양 상무보는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하고 일본어에도 능통하며, 업계에서 스테인리스 열연 수출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 임원들은 승승장구한 반면 전체 임원수는 축소했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 한 경제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난해 경영 성과가 부진하자, 경영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임원 승진과 조직축소를 내세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전체 임원 330여 명 가운데 불과 10여 명만 줄여 혁신경영의 일환이라는 인사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인력운영
포스코는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직원들이 폭넓은 업무수행을 위해 그간 일부 조직에 한해 적용하던 대실(大室)제를 전략 및 경영지원 스태프 조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도입하는 대실제는 임원단위 실(室) 산하의 공식부서 없이 실장 책임 아래 유연한 인력 운영 및 탄력적인 업무 수행을 추구하는 조직운영방식이다. 포스코의 대실제 운용은 철강시장 공급과잉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는 우선 글로벌 경영전략 조직 일원화를 위해 기획재무부문 내 경영전략 기능과 전략사업 및 자원투자전략 관련 기능을 1개의 실(室)로 통합한다. 또 경영 속도를 내기 위해 혁신지원실을 신설해 혁신기획, 생산성혁신 등도 통합 운영한다.
재해'재난 및 보건 총괄 기능은 안전보건사무국에 신설했다. 기술 부문에 소속돼 있던 글로벌 물류기획 및 품질경영 조직은 탄소강사업 부문의 마케팅본부로 통합했다. 스테인리스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테인리스사업전략실도 신설했다. 기존 스테인리스마케팅실은 글로벌 통합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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