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공무원을 접대하고 공무원은 기재부를 접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 부처 내 기획재정부의 위상은 남다르다.
실제로 공무원 가운데 고시나 교육 성적이 좋은 사람은 기재부를 우선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기재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고위직 인사에서도 밀리는 한편 새 정부의 긴축 경영 등으로 인해 기재부의 인기가 예년만 못한 것.
기재부 위상이 흔들리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금융권 고위직 인사를 들 수 있다. 기재부 전신인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수장에 오른 예년 성적과 비교하면 현 기재부 출신 인사가 금융권 수장에 오른 경우는 드물다.
현재 재무부 출신 금융권 고위직 인사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정도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때 재무부 출신이 금융계 고위직을 싹쓸이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이번처럼 금융권 주요 보직에서 재무부 출신 인사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재무부 출신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현 정권에서 재무부 출신 인사가 위축되는 이유로는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금융 관련 공약에는 금융 산업 육성은 빠지고, 대신 국민행복기금과 하우스푸어 등 서민 금융 대책만 들어가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최우선순위는 창조 경제이지 금융이 아니라는 노선에 따라 재무부 출신이 홀대받는 것 이니냐는 분석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한 금융 산업 육성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아 금융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문제 의식도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홀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긴축 경영도 기재부 위상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각 부처 예산담당자들을 비공개로 불러 "내년부터 부처별 재량 지출을 7%씩 줄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량 지출은 정부 부처가 임의로 쓸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말하며,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 지출과 반대 개념이다.
이를 줄이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이다. 기재부는 올 1~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공약 이행용 재원 확보 대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방안을 반영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인수위 활동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각 부처에 이를 전한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곳간이 커질수록 기재부의 역량도 늘어나지만 최근 정부의 긴축 경영은 기재부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꼴이 돼 버렸다. 벌써부터 일부 정부 부처에선 급격한 지출 축소는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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