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린의 '폭풍'…남북 긴장속 골프 금지령

군인들의 휴일 골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고 발언 이후 공직사회에서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이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장성들의 휴일 골프 문제를 꺼낸 박 대통령은 "현역 군인들이 (비상 상황에서)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연일 가중되면서 군 경계태세가 강화된 9, 10일 일부 군 장성들이 군 전용인 태릉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청와대 등이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공직사회는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특히 골프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관내 단체 관계자 등과 주말에 골프를 친 대구 한 경찰서장이 전격 대기발령된 것도 공직사회에서 골프의 '골'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사실상 공직사회에 골프 금지령이 떨어진 셈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아직 상부로부터 골프를 치지 말라는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며 "하지만 국가 안보위기 상황까지 겹친 만큼 각자 알아서 골프를 자제하는 등 극도로 조심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다른 기관 한 관계자도 "시국이 이렇게 어수선한데 한가하게 골프를 하러 갔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라며 "당분간 골프채를 잡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위직보다는 고위직들이 골프의 '골'자도 꺼내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직사회의 골프 자제 분위기는 정권 초 기강 잡기와 맞물려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고위공직자는 "아예 골프가방을 창고에 넣어버렸다. 상당기간이 지나야 끄집어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지역 골프장에서는 공직자들이 골프 예약(부킹)을 취소하는 경우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공직자들의 골프장 출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며 "움츠러든 공직사회 분위기가 다른 쪽으로도 번져 골프장을 찾는 손님이 급감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군인 골프 문제를 들고나온 것을 두고 정권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를 바로잡고 일하는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부 이양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공직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직무수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주말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람들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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