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변협 감사 첫 선출 김병익 변호사

출발은 비록 늦었지만 전성기는 지금부터…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로 선출된 김병익 변호사가 감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로 선출된 김병익 변호사가 감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한변호사협회가 협회장이나 집행부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전국의 회원을 위한 협회,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협회가 되도록 감사로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선출직 첫 감사

김병익(48) 변호사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로 선출됐다. 변호사가 대한변협 감사로 선출된 게 무슨 대수냐 싶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적잖다. 대한변협 최초의 감사 선거에서 서울을 제외한 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선출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3명을 뽑는 감사 선거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10명이 입후보한 이번 선거에서 김 변호사를 제외한 9명이 모두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이었다.

지금까지는 대한변협 회장단에서 감사를 임명했지만 협회장 직선제와 함께 감사도 올해 처음으로 선거로 치러졌다.

김 변호사는 "의전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 감사 업무를 하게 된 사실상 첫 변호사"라며 "대한변협회장 선거가 직선제가 되면서 협회장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등 감사 권한이 강화됐고, 이를 위해선 감사 업무의 민주적 정당성과 힘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감사도 선거로 치러졌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대한변협의 회계와 업무 등 각종 활동을 감사하게 된다. 또 매주 상임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대한변협에 직접 각종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

그는 "정기이사회 등 회의'행사 때 지방에서 올라간다고 해서 별도 교통비 등 실비가 지원되지 않아 사비를 털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변협과 각 지방의 변호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늦깎이, 오뚝이, 행운아(?)

김 변호사의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1965년생이지만 사법연수원 34기로 또래보다 10년 안팎이나 늦다. 그는 84학번으로 영남대 이과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학년 때 성적 부진으로 중퇴했다. 그 후 입대해 병장 전역하고 입시 공부를 거쳐 89학번으로 다시 경북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다시 허송세월을 하다 2002년, 법대 입학 13년 만에 사법시험(44회)에 합격하게 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삼성전자 입사하면 돈 많이 번다고 세뇌를 하셔서 아무 생각 없이 고교 때도 이과, 대학도 이과로 갔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안 맞는 것 같아 중퇴하고 입대했다"며 "군대에서 자동차정비 등 여러 개의 자격증을 땄고 제대 후 막노동 등을 하다 자동차 정비공장에 취직했다"고 했다.

그러던 그를 다시 공부로 돌아서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자동차 정비공장 사장님이었다. '공부해야 할지, 이거(자동차 정비) 계속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은 뒤 밤새 고민 끝에 다음날 정비공장으로 가지 않고 학원으로 가 등록한 것.

대학에 입학했지만 목표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대 법대로 간 이유는 대구에서 가장 높다고 해서다. 판, 검사의 차이도 몰랐고 사법시험을 쳐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뒤늦게 법서를 구입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사법시험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전혀 없었고 공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시행착오를 오랫동안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사법연수원 같은 조에서 만난 동기생과 결혼하게 된 것. 무려 13세 연하다. 아내는 대구지법에서 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청미 판사. 이들은 연수원 2년 차이던 2004년 5월 5일 연수원 강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법조인으로서의 출발은 늦었지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 대구변호사회 총무이사, 대한변협 이사, 영남대 로스쿨 겸임교수 등에 이어 대한변협 감사까지 맡으며 변호사로서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평소 솔직한 모습으로 신념대로 열심히 산 게 좋은 모습으로 비쳐 여러 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몇몇 직책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봉사하는 게 사명,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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