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머리카락, 백혈병 아이들 새 머리로

사회봉사단체·기업체 협력 기증 받은 모발로 가발 제작

윤혜수(23'여'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지난달 수년간 길렀던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미장원을 찾았다. 윤 씨는 미장원 직원들이 깜짝 놀랄만한 부탁을 했다. 자른 머리카락을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달라고 했던 것. 윤 씨가 머리카락을 굳이 따로 담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윤 씨는 "내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가발이 백혈병이나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행복해졌다"며 "봉사 활동이나 기부가 어려운 줄 알았는데 내 머리카락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머리카락도 기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날개달기운동본부, 긴급헌혈봉사단 등 사회봉사단체와 가발 전문업체 ㈜하이모 등 4개 단체와 기업에서는 '사랑의 모발 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기증받은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백혈병이나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백혈병이나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들은 지속적인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치료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머리카락이 다 빠진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아이들은 집에만 있게 돼 마음의 병이 커진다. 게다가 백혈병이나 소아암을 앓는 아동들은 면역력 문제 탓에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만 착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인모가발을 만드는 데 천연섬유 재료 등 재료비와 맞춤비용까지 합하면 200만원이 들기 때문에 가족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등 4개 단체와 기업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머리카락을 기증받기 시작했다. 기증할 수 있는 머리카락은 길이 25㎝ 이상이어야 하며, 파마나 염색하지 않은 모발이어야 한다. 기증할 모발은 흐트러지지 않도록 끈이나 고무줄로 묶은 뒤 비닐봉지나 종이에 싸서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등 4개 단체에 택배나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일부 단체는 모발을 기증한 사람들에게 증명서 또는 감사장을 발급해 주기도 한다.

기증된 모발은 가발을 신청한 백혈병'소아암 환자인 어린이들의 가발 제작을 위해 쓰인다. 해당 단체에 가발을 신청한 어린이 중 가정형편이 어렵고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가발을 맞춰 기증한다. 선정부터 가발 기증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2개월 정도다.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에는 4명의 아동이 가발을 지원받았다.

모발 기증 방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면서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모발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단체 등에 따르면 모발 기증이 처음 시작된 2007년 대구경북지역 기증자는 7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97명으로 급증했다.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SNS 등을 통해 모발 기증에 대해 알려지면서 모발 기증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나 인터넷 게시판 질문이 많다"며 "일부 기증자들은 기부를 위해 2년간 머리를 기른 뒤 잘라 보내기도 하고 모녀가 함께 기증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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