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모(52) 씨는 몇 년 전 건설업에 손댔다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주위의 말만 믿고 덜컥 건설 중장비 사업을 시작한 그는 4대강 사업 때만 해도 한 달에 500만원 남짓한 할부금을 갚고 목돈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이 끝나자 장비를 놀리는 날이 많아졌고 할부금과 선금 이자 납부는커녕 생활 자체가 힘들다.
#.운송업을 하는 이모(45) 씨는 요즘 전국으로 발품을 팔고 다닌다.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다. "일거리가 없어요.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등 장비가 마당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 씨는 헐값에 중장비를 몇 대 처분할까 생각 중이다.
건설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건설 중장비 경매가 급증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공사 수요에 맞춰 수억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를 사들인 업자들이 공사 종료로 일거리가 크게 줄면서 경매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매 시장에서도 중장비 수요가 없어 '중장비 푸어'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불황에다 4대강 공사 때 급증한 중장비가 일거리가 줄면서 경매시장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증하는 '건설장비업자 푸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일 이후 대구에서만 차량 중기 경매진행 물건이 15건이다. 이 중 중기가 5건으로 모두 유찰됐다.
최근 지지옥션이 집계한 전국 건설중장비 경매진행건수를 보면, 지난해 1분기 213건에서 2분기에 231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어 3분기 262건으로 완만히 늘다가 4분기에는 333건이었다. 경매 비수기로 통하는 1월에도 110건에 달했다.
경매에 나와도 주인을 찾지 못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경매물건 대부분은 장비임대업체 등 법인보다는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개인사업자 소유의 중장비여서 이들의 고통이 크다.
볼보480의 경우 적자를 면하려면 한 달에 최소 200시간 이상 돌려야 한다. 가격 2억5천만원의 선수금 30%를 떼고서라도 36개월 할부로 구입했을 때 할부금만 월 500만~600만원이다. 여기에다 기사 월급(400만원)에다 평균 한 달 유지비(기름값 제외) 100만원을 치면 1천100만원이 기계값으로 나간다. 이 때문에 한 달 200시간(시간당 5만5천원 기준)을 꼬박 돌려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업계관계자는 "4대강 수요에 맞춰 건설 장비 케파를 늘린 영세업체와 개인 사업자들이 공사가 끝나자 공사 물량이 줄면서 고사 직전이다"고 말했다.
◆낙찰가율도 저조
건설 중장비 경매매물이 급증하면서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달 11일 지지옥션에 등록된 덤프트럭 등 중장비 물건(5건)은 모두 한 번씩 유찰됐다. 경매가 낙찰되지 않을 때마다 30%씩 경매 최소 한도액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헐값에 팔려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국적으로는 기중기'항발기'쇄석기'천공기 등 고가의 중장비들도 유찰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지지옥션에서 지난달 개인이 소유하던 감정가 9억3천800만원 상당의 기중기가 7억5천100만원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실제로 지난해 2'4분기 79.6%로 80%에 육박했던 낙찰가율은 지난해 말 76.4%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75.6%로 낮아졌다.
하갑용 전 리빙경매 대표는 "건설사가 보유한 중장비는 그나마 불황을 버틸 여력이 있지만 개인이 보유한 중장비는 불러주는 곳이 없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건설 물량이 적고 수요가 없어 낙찰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아예 폐장비처럼 방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낙동강 유역에는 골재 채취 선박과 각종 장비가 치워지지 않고 있다. 이 장비들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전부터 각 시'군에서 위탁받아 골재채취 업체가 운영하던 장비들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 당시에는 강바닥 준설을 위해 사용됐지만 사업 종료와 함께 골재 채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낙동강에 정박 중인 준설 장비는 132대에 달한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