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학교에 이제 갓 들어온 1학년 신입생이 학교폭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본지 취재팀은 학교폭력과 행정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4일 지역의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학교에 무슨 일로 왔습니까?"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배움터지킴이 한 명이 방문객을 맞았다.
학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교실을 둘러봤다. 5, 6곳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어디 갔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교감은 "글쎄요, 어디 갔지"라며 머뭇거렸다. 쉬는 시간에 옆 짝꿍 친구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간다며 학교 밖을 나가 편의점에 담배 사러 간 것이다"고 말했다.
마치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의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수업종이 울리면 남녀 학생들 30여 명이 삼삼오오 교실 뒤편 건물로 모여들었다. 담배를 하나둘 꺼내 입에 물고는 연방 흰 연기를 뿜어댔다. 학생들은 30m 전방에 교사가 지나가도 흡연을 멈추지 않았다. 충격적인 것은 교사도 이를 보고도 못 본 체했다. 또 한 남학생은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학교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도 보였다. 공부하는 학교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학교 밖을 빠져나온 한 여학생은 "컴퓨터 수업 중인데 교실에 있는 애들은 절반도 안 된다"면서 "수업 중에 교실을 나와도 선생님이 아무 말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한 남학생은 "밤마다 술 마시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무단결석을 해도 선생님이 혼내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곳 학교는 학생들에게 "외부인과 대화를 삼가라"며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기숙사 생활 실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곳 학교 기숙사 사감은 "폭력을 우려해 선후배들을 한방에 배정하지 않고 같은 학년 동급생 위주로 방에 입실시키고 있는데 룸메이트 사이에서도 힘의 논리로 서열이 정해져 있다"며 귀띔을 해줬다. 이런 상황에 놓이자 1학년 신입생 중 서너 명은 짐을 싸서 퇴실해 집에서 통학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 현장 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교육청 관계자들은 안일한 '학교폭력 예방' 땜질 대책만 세우고 있다.
이 학교는 내신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들이 들어오는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일부 학생들이 교사의 통제를 벗어나 일탈행동 등을 해도 학교는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학교 교감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착하고 순하다"며 "학교 행정은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에 기자가 "아이들 30여 명이 교실 뒤편에서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피우는데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자 교감은 고개를 돌린 채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일선 학교 현장에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고 있었고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 여전히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신음하고 있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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