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사-학생 '通' 하니 폭력 '0'

동덕초교·영양여고·대서중 아침 수업전 아이들과 대화

대구 동덕초교 교장실 벽에는 전교생 215명의 학년'학반과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지난해 3월 김은희 교장이 부임하면서 설치한 것. 김 교장은 작년 1학기 동안 아침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 얼굴을 익히기 위해 5명씩 또는 문제 아 한 명씩을 불러 상담했다. '사제동행 행복시간' 같은 학교폭력 대책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교사들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해 8~10월 전국적으로 실시된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동덕초교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으로 나타났다.

김 교장은 "아무리 위에서 학교폭력 대책을 외쳐도 담임 선생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아침 시간에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웬만하면 교탁의 컴퓨터도 켜지 말라고 담임 선생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래 폭력을 견디다 못한 경산 한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숙지는 가 싶던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삼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학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학교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 학교폭력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지난해 교과부의 2차 실태조사에서 학생 참여율이 90%를 넘은 곳 가운데 학교폭력이 한 건도 없는 곳으로 나타난 학교는 전국에서 모두 5개교뿐이다. 그 중 동덕초교 외에도 특수목적고인 대구일과학고, 경북 영양여고 등 지역에서만 3개교가 포함됐다.

영양여고가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운 비결은 세심한 학생 관리에 있다. 입학 전 학생들로부터 받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담임교사가 새 학기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담임을 맡지 않는 교사들이 학생 10명씩을 담당, 멘토가 돼주는 '한울 가족교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울 가족교사와 학생들은 가족 이름을 짓고 연극이나 영화 관람, 등산 등을 함께 한다. 영양여고 오운석 교장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훈계가 아닌 진심으로 학생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면 학교폭력은 없어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대폭 줄인 대구 대서중학교의 경우도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대서중의 이색 프로그램은 '에브리데이 10'10 운동'. 대서중 교사들이 매일 10명의 학생과 10번의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교사들은 등교 시간과 쉬는 시간 등에 마주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대서중 관계자는 "올 1~2월 전국적으로 실시한 제1차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이 심한 곳으로 꼽힌 이후 시작한 일"이라며 "처음엔 다들 민망해했으나 어느새 자연스런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사제지간 정도 두터워졌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1차 실태조사 때 11.7%로 대구 중학교 중 최고 수준이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2차 실태조사 때는 0.4%로 대폭 감소했고 일진 인식 비율도 63.1%에서 5%로 줄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열정을 가진 교사와 자녀의 인성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는 학부모, 바른 생활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를 만든다"며 "안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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