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별로 인기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층층시하 간섭은 많고 월급은 쥐꼬리만 한 시절이었다. 공무원을 이야기할 때면 '박봉에 시달리는'이란 말이 늘 따라붙었다. 그 시절엔 정권이 바뀔 때면 공직사회에 사정 바람까지 불었다. 서슬 퍼런 사정기관의 칼날에 처신에 서툴렀던 공직자들은 뼛속까지 떨어야 했다. 복지부동(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음), 복지안동(납작 엎드려 눈만 움직임)이란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나온 것도 그 시절 이야기다. 사정의 칼날이 자신을 겨누면 수많은 공직자들이 옷을 벗고 여차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러니 공무원은 인기 없는 직종이었다.
세월이 변했다. 요즘 공무원은 인기 있는 직종이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웬만하면 100대 1을 훌쩍 넘긴다. 과거 대졸자가 거들떠도 안 봤다면 지금은 고졸자가 거들떠보지를 못한다.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이지 일단 성공하면 굵직한 인생사가 해결된다. 국가가 정년을 보장해 주고 공무원연금으로 노후 생활도 무난하다. 잘릴 걱정 안 해도 되고 세월만 흐르면 보수도 쏠쏠하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란 말이 유행이지만 공직과는 거리가 멀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도 초기에는 민간 기업 근로자보다 15%가량 낮은 보수를 받지만 55~56세에 이르면 거의 같아지고 60세에 이르면 오히려 15%가량 높아진다는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권 교체기 사정 바람이 잠들고 어지간히 부정적인 치부는 눈감아주는 추세가 자리 잡을 모양새다. 적어도 최근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노라면 그렇다. 후보자들이 공직에 있으면서 땅 투기를 했건, 세금을 떼먹었건 장관 자리를 꿰차는 데 무리가 없다. 흔히 도덕성을 잣대로 내세우지만 그들이 가지고 나온 잣대엔 눈금이 없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딱 두 개 성공했다"는 장관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달라며 버티고 있다.
청문회에 나선 공직자들에게 나라에서 주는 녹 이외에는 한 푼도 받지 않았으며 한 뼘의 땅이라도 소유하는 것은 나라에 대한 부정으로 알았던 옛 청백리 정신을 들먹거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 봉사하겠다면 국민들이 가진 도덕성이라는 잣대에 최소한의 눈금이라도 먼저 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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