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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작시술 시 감상 법을 포함한 최초의 문예 비평서이다. 이 책에는 시의 본질과 작시의 원리가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시를 감상하고 비평하려는 사람에게는 필독의 저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앞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들 즉 호메로스'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들을 거명하면서 이들의 작품들이 어떤 점에서 위대한가를 규명하고 있다.

비극시에 대한 그의 설명은 탁월하다. 그는 비극을 6가지 요소 즉 플롯'성격'사상'조사'노래'장경으로 나누어 고찰하는 동시에 '공포'와 '연민', '발견'과 '급전'의 측면에서 비극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고 난 후 그리스 비극작품을 보는 것과 읽지 않고 비극을 보는 것은 많은 점에서 차이를 드러나게 한다.

시와 역사의 차이점, 서사시와 비극시의 차이점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서사시보다 비극시가 시의 목적을 더 잘 드러내기 때문에 더 우수한 형식의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본문에서 플라톤을 거론하지 않지만, 스승과는 아주 다른 예술관을 보여준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인 동시에 정서적인 존재이다. 정서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성이 판단한 것을 실행하도록 하는 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정서와 감정은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사실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육체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카타르시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억압되고 닫힌 정서는 개인은 물론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폭발하기 쉽다. 따라서 정서의 출구가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출구는 예술을 통해 정서와 감정을 승화, 정화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거의 도시국가마다 1만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야외극장을 건설했다. 그들은 국비 또는 독지가의 성금으로 매년 두 번 정도 연극공연을 하도록 했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연극공연은 축제이자 교육장으로 활용됐다. 그리스의 서사시나 비극시는 모두 교양있는 관객을 전제로 한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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