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사라진 가전업계, 올해 트렌드는 실속형'.
혼수시즌 등 대목에도 가전업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파격할인 행사를 벌이고, 가전양판점들이 절약형 제품들을 앞세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기본 기능만 갖춘 모델 인기
에어컨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가전매장에서는 예년과 달리 사양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실속형, 절전형이라는 말을 앞세운다. 가전매장 판매직원들은 한 달 전기료가 어느 정도고, 누진제가 적용되더라도 전기요금 부담이 적은 제품들을 추천한다.
스마트와 고사양으로 경쟁을 벌이던 가전매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비슷한 기능을 갖추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모델을 앞다퉈 전략제품으로 소개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모델이라도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지 않으면 15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에어컨을 구매할 수 있다. LG전자의 신모델 '손연재 스페셜G'은 200만원 중반대 가격이 책정됐지만, 비슷한 기능을 가진 지난해 모델 디자인 제품은 200만원 초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에어컨뿐 아니라 세탁기도 복잡한 기능을 뺀 실속제품이 인기다.
가전업계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벽걸이 드럼세탁기와 3도어 냉장고가 매출의 일등공신이다. 세계 최소인 3㎏ 용량에 두께 29.2㎝의 초슬림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1, 2인 가정이나 아기옷 빨래를 자주 하는 가정에 적합한 세컨드 세탁기로 기획돼 인기를 끌고 있다. 대우일렉의 3도어 냉장고 '클라쎄 큐브'는 기존 양문형 냉장고에 김치냉장고를 '빌트인'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동시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뉴엘이 최근 선보인 20만원대 로봇청소기 '클링클링'도 불황기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전략 상품으로 꼽힌다. 보통 70만~80만원대인 로봇청소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클링클링은 강한 흡입력과 먼지 필터링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부가기능을 제거해 가격을 낮췄다.
웅진코웨이가 지난 4월 출시한 '한뼘 정수기'는 가로 18㎝, 세로 37.5㎝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냉온정수기 중 가장 작은 크기로 전기사용량이 기존 제품의 15%에 불과해 전기료 부담을 덜어준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6만 대 이상 팔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혼수가전도 알뜰이 대세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다가오면서 혼수가전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과거 이왕 마련하는 것 고가지만 최고 사양의 가전제품을 구매하던 패턴은 사라지고 가급적이면 실용적이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알뜰가전이 혼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양한 할인 혜택과 사은품 등을 앞세운 혼수 패키지를 선호하는 예비부부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활용도를 따져 개별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특히 절전형'셀프형 제품들이 인기다. 드럼세탁기보다 전기사용량이 적은 일반형 세탁기를, 스마트나 3D TV보다 일반 LED TV를 찾고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혼수로 마련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전기 사용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밥솥도 실용성과 절전기능을 갖춘 제품이 인기다. 쿠첸의 '명품철정 클래식'은 전원을 켜고 1분이 지나면 시계 등 기본정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 화면의 불이 꺼지는 절전기능과 전원코드를 뽑지 않고도 최소의 전력으로 보온온도를 조정해 기존대비 소비 전력량을 약 40% 정도 감소시켰다.
캡슐커피 등 집에서 직접 조리할 수 있게 해주는 셀프가전은 불황 속 절약형 상품으로 인식되며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혼수가전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신 '픽시'는 밀봉 포장한 캡슐을 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에스프레소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게 해준다. 머신 사용 후 9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전원 오프 기능을 탑재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예비부부들은 공간활용도까지 고려해 다기능을 갖춘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특히 필요한 가전 목록을 작성하고 가격비교를 하는 등 알뜰하게 혼수를 마련하려는 소비자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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