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 '피에타'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9월 6일 개봉하여 28일(종영 10월 3일) 동안 59만2천846명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잔인한 방법으로 채무자에게 돈을 뜯으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나타난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를 통해 돈을 피에 타서 마시는 황금만능 세상을 고발한 영화 피에타. 과연 이런 세상에 자비를 베푸는 구원(救援)은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해묵은 구원(舊怨)만 남을까를 각인시킨 '피에타'는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 수상 효과로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오르며 폭발적인 흥행세를 과시했다.
'피에타'는 개봉 때 153개관에 걸렸다가 수상식 다음 날 237개로 상영관이 늘었고, 상영 횟수도 곱절 불어나 야성이 강한 김기덕 감독에게 흥행 날개를 달아주는 듯했다. 그러나 '피에타'는 국내 영화 산업계의 절대지존 씨제이이앤엠(CJ E&M)이 투자 제작 배급을 도맡은 '광해, 왕이 된 남자' 가 등장하면서 쪼그라들었다.
CJ가 만들고, 전을 펴고, 돈을 번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전국 멀티플렉스관 총 스크린의 절반을 장악하는 괴력을 보이며 9월 13일 개봉 이후 승승장구했다. 물론, 영화 자체를 잘 만들었다는 장점도 있다. 어느 대통령을 생각나게 하는 대사, 진보-보수가 대립각을 세웠던 12월의 대선 등에 힘입어 광해는 무려 1천231만 명을 빨아들이며, 황금사자상의 피에타를 초라하게 퇴장시켰다. 극장가를 점령한 광해는 지금도 CJ가 소유한 케이블을 통해 영화 관람료의 절반인 4천500원에 24시간 노출되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법안의 핵심은 종합유선방송국(SO) 인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 등이었다. 국민들은 왜 SO 인허가권을 두고 여야가, 대통령과 야당이 극한 대립을 보였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당장 미래부가 SO 관련 업무를 방통위로부터 넘겨받게 되면 SO 권역 규제 외 매출 규제, 광고 규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씨제이이앤엠은 tvN, CGV 등 총 21개 케이블을 보유하면서 안방가에서 공중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며 불경기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씨제이이앤엠은 2010년 12월 말 현재 순매출 211억여원, 순이익 -11억여원에서 2011년 12월 말 현재 순이익 8천184억여원, 순이익 159억여원으로 컸다. 영화계의 슈퍼 갑 씨제이이앤엠이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의 덕을 그저 보거나 과도한 영향력을 갖는 일,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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