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정보지 한 꺼풀 벗겨보니 '불법광고지'

'무조건 대출' 연 수백% 불법고리대금…성관계 암시 은어도

'19~40세 여성'초미시 환영', '하루 50만원 이상 보장.'

대구시내 곳곳에 비치된 생활정보지에 불법이나 탈법 우려가 큰 광고물이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있다.

18일 대구지역에 배포된 생활정보지 3종을 수거해 찾아본 결과 금융(대부), 구인·구직(서비스유흥업종) 등 광고 면에는 불법 행위를 유인하거나 교묘하게 합법을 위장한 광고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광고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여성 도우미를 모집하거나, 정식 등록업체라도 저신용자나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신용에 상관없이 주부에게 대출해 준다는 한 대부업체에 문의한 결과 통화한 남성은 100만원을 대출해 3개월 동안 갚으면 매달 20만원 정도의 이자를 납입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대출금리 계산법에 따를 때 이 업체의 대출금리는 연 463%로 법정 최고 이자율(연 39%)의 약 12배에 달했다. 등록업체라도 월 3.25%, 연 39%의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요구할 경우 불법이다. 하지만 생활정보지 속 광고에는 이 같은 내용을 숨긴 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화하면 터무니없는 이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을 일일이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구인'구직 광고 중에는 노래방 도우미 등 유흥업소 종업원을 구하는 광고가 젊은 여성들의 눈을 끌었다. '19~40세 여성'초미시 환영', '하루 50만원 이상 보장'에 이어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알파'나 술접대와 신체접촉을 동반한 '베타', 테이블당 요금을 의미하는 'TC' 등 일반인은 의미조차 생소한 단어들로 지면을 도배해 이들은 생활정보지마다 서비스휴게유흥이나 서비스(음료'유흥) 등으로 분류돼 3, 4개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생활정보지 홈페이지에서 이 같은 서비스 유흥업 구인'구직 광고를 보려면 성인인증 절차를 밟게 돼 있었다. 하지만 배포대에서 집어든 생활정보지는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소년들도 보도방을 찾기가 쉬웠다. 대구지역 한 특성화고교생 김모(18) 양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일주일에 2, 3번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고, 친구들에게 '용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단기 알바'로 소개해 함께 일을 하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노래방 도우미는 접대부로 분류돼 고용 및 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구인 광고 자체는 채용 광고에 불과해 불법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질적으로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생활정보지 광고에서는 은어를 사용하거나 강요하는 내용이 없어서다. 성매매나 유사성매매 업소 업주, 채용을 알선한 사람, 고용된 사람 등 당사자의 진술이나 현장'증거 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생활질서계 박권욱 계장은 "상시 단속을 하고 있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생활정보지 광고는 처벌 대상이 아닌데다가 불법 업소를 현장 적발하기 쉽지 않다"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서 불법의 덫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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