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의 입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는 대구시교육청이 제 역할을 못한 탓도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 고교의 대응이 부실하다면 시교육청이 앞장서 바꿔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그 같은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시교육청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수성구 일반계 고교의 우수 고교생들을 모아 방과후학교 형태로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비교문화, 국제경제, 고급 물리, 경영 수학 등 평소 학교에서 접할 기회가 없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필요한 과목들을 강의하겠다는 것. 하지만, 1년여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 방안은 전혀 진척이 없다.
A입시학원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심화학습이 정규 교육과정 속으로 들어오지만 이 과목들을 가르칠 교사 인력풀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진로 교육, 인성 교육도 필요하지만 일반계 고교에서 진학 업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건 학생과 학부모가 마주할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인데 최근 시교육청은 이 업무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시교육청이 변화를 주도하려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입 컨트롤 타워'를 만든 뒤 이곳에서 대입 제도를 연구해 대책을 세우고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각 고교에 보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
B교사는 "수능 시험장 관리부터 대입 전형 연구'분석까지 사실상 장학사 1명이 대입 관련 업무 전부를 떠맡고 있는 현 체제에선 시교육청이 이 같은 일을 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며 "장학사 또는 장학관과 현장 교사를 아울러 대입 연구'진학 업무를 전담시킬 팀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교육청이 고교 현장을 찾아 장학 컨설팅을 할 때 진학, 교무, 연구 부서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지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는 C입시학원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짜는 교무부가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맞춰 커리큘럼을 구성하면 연구부는 이에 맞춰 학생들의 활동을 지도, 결과물을 만들고 진학부에서 그 성과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한편 이 같은 내용들이 어느 전공, 어느 대학 진학에 유리할 것인지 가늠하는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지 시교육청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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