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세 살아도 외제차' 결국 카푸어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승용차 등록 기준)은 12.9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94%에서 2010년 6.92%, 2011년 7.98%로 올라선 뒤 지난해 처음으로 10%(10.01%)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 비중이 커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푸어'다. 일각에서는 수입차의 고속 성장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처럼 자리 잡고 있는 카푸어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원룸가에 즐비한 수입차

19일 오후 1시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원룸 밀집지역. 평일 오후라 원룸에 딸린 주차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었지만 수입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수입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ㄷ원룸 주차장에 들어서자 BMW가 눈에 들어왔다. 맞은편에 있는 ㅍ원룸 주차장에도 BMW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인근의 ㅊ원룸 주차장에는 벤츠 C200이 자리 잡고 있었다. ㅇ원룸과 ㄱ원룸 주차장에서는 가격이 7천만원에 달하는 아우디 A6와 TT 컨버터블 모델을 만날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원룸 밀집지역을 돌면서 만난 수입차는 BMW를 비롯해 벤츠, 푸조, 크라이슬러, 렉서스 등 다양했다. 특히 차 값이 1억원에 육박하는 BMW 530i 등 고가의 차량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원룸에 거주하는 신모(30'여'영어 강사) 씨는 2011년 혼다 어코드 2.4 디럭스 모델을 구입했다. 연봉 2천400만원을 받는 신 씨가 구입한 혼다 어코드 2.4 디럭스의 공식 판매 가격은 3천580만원이다. 신 씨가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고가의 차를 구입한 이유는 단순하다. 신 씨는 "밤늦게 퇴근을 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차가 필요했다. 차를 구입하기로 결정을 한 이상 좋은 차를 사고 싶었다. 모양새도 좋고 좋은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무리해서 수입차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원금유예할부 수입차 판매 일등 공신

수입차 판매 신장의 일등 공신으로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이 꼽히고 있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수입차를 구매할 때 차 값 일부만 낸 뒤 나머지 원금에 대한 이자만 납부하다 몇 년 뒤 잔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구매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원금의 70% 정도를 3년 후 갚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0년부터 수입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2009년 6만993대였던 수입차 판매량은 2010년 9만562대, 2011년 10만5천37대, 2012년 13만858대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20, 30대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목돈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 2월 수입차 구매자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특히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40대(29%), 50대(19%) 보다 월등히 높았다.

◆카푸어 양산 우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원금유예 금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모델별 판매 가격과 개인 고객 구매 대수, 유예할부 프로그램 이용률(20%), 유예 비율(차값의 70%) 등을 통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원금유예 금액은 2010년 3천252억원에서 2011년 4천77억원, 지난해 5천36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차 값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수입차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보증 수리가 만료되는 3년 후 중고차 가격이 50%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차를 팔아 잔금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하우스푸어처럼 차를 팔아도 원금을 충당할 수 없는 카푸어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보유 고객 중 27% 정도가 전세 세입자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경제력이 약한 고객이 많아 이들이 이자나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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