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소 잃었지만 외양간 제대로 고치기를

경산교육지원청이 19일부터 4일간 '학교폭력 무한 추방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A(15'고교 1년) 군 사건을 계기로 학교와 교육행정기관'경찰'지역 사회가 동참,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토론회는 19일 경산지역 초'중'고교 교감 토론회를 시작으로 20일 교장, 21일 각 학교 학생부장 및 생활지도 담당교사, 22일 관내 초'중'고 56개교가 모두 참여하는 학교별 토론회가 잇따라 열린다.

19일 토론회 시작 전에 신동환 경산교육장은 지난주 열렸던 지역교육청 교육장 회의자료를 전달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을 철저히 추진하고,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학교장의 역할과 책무를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다.

신 교육장은 학교폭력 대책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A군이 졸업한 학교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이고, 담임은 학교장이 명퇴를 말리는 성실한 교사다. CCTV 화면은 비교적 선명하고 교무실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할 정도로 예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도 학생은 자살했다, 우리의 계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과 함께 생활하기 등 근무 방법을 바꾸고 학교폭력에 대한 가치관을 달리하자고 했다.

신 교육장의 발언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듣기에는 학교와 교사들은 문제가 없는 데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자기 합리화로도 들릴 수 있다. 교육 현장의 상황 인식이 이런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담임이 조회와 종례 시간을 확보해 학생들을 관찰하고 인성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설문조사 때 문항을 단순화하고 줄이자 ▷토'일요일 이버지와 함께하는 상담 시간이 효과적이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은 학교와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학생, 학부모,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토론회가 마련된 만큼 학생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학교폭력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었는지 반성하고 재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라서 안타깝지만,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기를 기대한다.

사회2부 김진만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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