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9월 대구지역 고교생 A(17) 양은 다니던 학교를 옮겼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화근이었다. 평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A양을 못마땅해 한 몇몇 친구들이 A양을 비방하는 글을 단체 채팅방에 올린 것. 다른 친구들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A양은 더는 한 교실에서 친구들을 마주할 수 없었다. 결국 A양은 전학을 했다.
2. 중학교 2학년 B(15) 양도 지난해부터 '카따'에 시달려 왔다. 친구들이 카카오스토리에 자신이 쓰던 옷이나 화장품 등을 올려 B양에게 시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친구들도 댓글을 달며 구매할 것을 강요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B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친구들의 물품을 구매해 왔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신종 학교폭력인 일명 '카따(카카오톡 왕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한 고교생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친구가 보낸 '유서 써야지'라는 문자가 남겨져 있었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한 서울의 한 고교생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이 퍼붓는 온갖 욕설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카카오톡의 장점이 학교폭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
카카오톡을 이용한 언어폭력은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피해 학생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준다. 가해 학생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피해 학생에게 연락할 수 있어 괴롭힘은 학교를 벗어나도 지속한다.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과 사진은 친구로 등록된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어 많은 사람 앞에서 놀림감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대구지역 한 청소년 전문 상담사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일어나던 학교폭력이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피해 학생들의 숨통을 더욱 조여오고 있다"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울려대는 카톡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따'의 피해는 점점 커지지만 마땅한 예방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카따는 모바일 메신저가 오프라인과 달리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아무 때나 쉽게 피해 학생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신종 학교폭력이다"고 말했다. 대구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장복순 팀장은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지만 카카오톡 사용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이는 최고의 예방책은 될 수 없다"며 "카따를 당하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화면을 캡처해 부모님에게 알리고 상담센터에 연락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키워드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문자'사진 보내기, 단체 채팅방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외 이용자는 8천만 명에 이른다. 사진과 글을 게시하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도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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