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하는 다문화 세상] 한국 적응 '다문화 선배'가 도와줄게요

경북도 다문화 홍보대사

▲경상북도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다문화가족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사진 왼쪽부터 도티빛융(베트남 출신), 조만숙(중국), 레콜리타 디카스페(필리핀), 김관용 경북도지사, 고후나바 무쓰코(일본), 커소피(캄보디아), 라제스 천드러 조시(네팔) 씨. 경상북도 제공
▲경상북도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다문화가족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사진 왼쪽부터 도티빛융(베트남 출신), 조만숙(중국), 레콜리타 디카스페(필리핀), 김관용 경북도지사, 고후나바 무쓰코(일본), 커소피(캄보디아), 라제스 천드러 조시(네팔) 씨. 경상북도 제공

# 10~20년 오랜 한국 생활

# '거의 한국민'된 6명 위촉

# 이야기 듣고 경험 나누고

# 민간 외교사절 역할 톡톡

"다문화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겠습니다."

결혼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한국으로 건너와 경상북도에 자리잡고 있던 다문화가족 구성원 6명이 경북도 다문화가족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여 년을 이국땅에서 보낸 이들은 누구보다도 다문화가족의 활동과 안정에 관심이 많다. 각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6개국 민간 외교 사절단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다문화 가정에게도 희망이 돼, 다문화 가족에 대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신 국가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

1991년 일본에서 온 문화관광해설사 고후나바 무쓰코(53·여) 씨는 교회에서 처음 만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현재 경북 의성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며 의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문화재, 유적지 등을 해설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는 그의 해설이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노인회관에서 일본어 강의도 하고 있다. 일본어 강좌 수강생은 일제 강점기를 거친 어르신들이 상당수다. 무쓰코 씨는 "의외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어르신들이 많아 일본어를 배우려는 열기도 뜨겁다"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일본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온 라제스 천드러 조시(42) 씨는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3년차 레지던트다. 1992년 의대 진학을 위해 한국땅을 밟은 지 20여 년이 됐으니 외모만 빼면 입맛과 말투 등 누가 봐도 토종 한국인이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피부색과 눈이 다른 이방인 의사를 보며 여전히 신기하게 여기지만, 네팔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등 주변국에서 온 외국인 환자들에게 그는 '구세주'다. 의대 졸업 당시만 해도 공부가 전부였던 그가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네팔의 밤'에 참석한 학생, 근로자들과 형, 동생 사이가 되면서 그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게 된 것. 네팔 출신 동생들은 공부를 마치고 네팔로 돌아가려던 그에게 "한국에 있는 1만5천여 명의 네팔인들을 위해 남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은 아파도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병원을 찾아도 빠르고 정확한 진료가 어렵다. 그래서 결국 그는 이곳에 남았다. 증상을 말하고 자문을 구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오지만 귀찮은 내색 없이 맞이한다.

라제스 씨는 "타국 땅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서러울 텐데 아프면 더 서러워질 것 아니겠냐"며 "전화든 방문이든 문의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질환에 맞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안내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조만숙(46·여)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는 경북 최초의 마을 이장이다. 3년째 영천시 고경면 석계리 이장 직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조 씨를 경계하던 마을 사람들도 허물없이 다가가는 그에게 신뢰를 보낸다. 조 씨는 "전문지식은 없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험담을 나누다 보면 언어·문화 등이 달라 힘들어하던 이주 여성들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며 "'언제든지 떠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보이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이들에게 믿음을 보이면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꿈★은 이루어진다

홍보대사들에게도 한국 적응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수십 년을 함께했던 가족과 고국을 떠나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좌충우돌 적응 과정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고부갈등, 자녀 양육 문제 등은 결혼이주여성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된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국으로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쓰코 씨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워 능숙하게 말을 하지만 상당수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어가 서툴러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이 적다"며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다문화가정 남편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모국어와 한국어, 2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무쓰코 씨와 조만숙 씨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엄마의 능력'을 보여주고, 결혼이주여성에게도 힘을 실어 줄 수 있도록 외국어 관련 일자리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제스 씨는 네팔뿐만 아니라 인도·파키스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보건·의료 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내년에 전문의가 되면 체계적으로 의료 봉사를 할 계획이다"며 "보건'의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네팔에 한국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세워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만숙 씨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편견의 벽이 높다"며 "전문분야이든 봉사활동이든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다문화인의 모습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희망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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