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일부 금융회사와 방송사의 전산망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직원 급여지급이 지연되거나 고객들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도 컴퓨터가 다운되면서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일부 대구경북 주민들은 차량등록에 따른 채권 발급, 통장 자동이체를 통한 금융거래, 공무원 월급 입출금 등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금융기관에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한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분쯤 54개 대구경북 전 영업점에서 전산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으며 20분쯤 전산이 완전 마비되면서 영업점 창구 업무는 물론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등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NH농협은행도 20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경북 786개 영업점 가운데 일부 지점의 단말기가 다운되고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직원 급여계좌가 농협은행인 경북도청 직원들은 이날 월급이 제때 입금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생명, NH손해보험에서도 일부 직원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되는 등 전산장애가 나타났다. 영업점 창구와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이 2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항의를 하기도 했다. 농협 지부 등은 업무처리가 급한 고객들을 출장소로 안내하며 고객 달래기에 애를 먹었다.
영문을 모른 채 은행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손님들도 많았다. 대구 남구 대명동 신한은행365 코너를 찾은 김인철(42) 씨는 "돈을 송금하려는데 계속 에러 메시지가 떠 어리둥절하다. 오늘 매장 인테리어 대금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어렵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4시쯤 전산망을 긴급 복구해 영업을 재개했으며 NH농협은행도 오후 4시 30분쯤 문제가 발생한 단말기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단말기를 통해 영업을 정상화시켰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영업시간을 6시까지 연장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지역 방송가에서는 KBS대구방송총국의 경우 내부망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기사 작성 등 뉴스 제작에 불편을 겪고 통합 전산망 마비로 컴퓨터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 등의 방송제작 장비마저 모두 멈춰 서면서 일부 방송업무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20일 오후 방송예정이었던 '행복발견 오늘' '6시 내고향' 등의 로컬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서울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대구MBC는 컴퓨터 다운 등의 피해는 없었지만 서울과의 네트워크가 차단되면서 전화로 연락해 상황을 확인하면서 업무를 봤다. 대구MBC는 보도국 및 편집국 등 개인 PC 데이터를 USB나 외장 하드 등에 백업하기도 했다.
한편 KBS와 MBC, YTN 등 방송 3사의 전산망은 21일 오전 대부분 복구됐다. 그러나 손상된 개별 PC는 완전히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경달'장성현'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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