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항 D고교 2학년 A(17) 군은 최근 친구들 추천으로 반장선거에 입후보한 뒤 담임교사 호출을 받았다. 교무실에서 담임교사는 A군에게 "부모님은 뭘 하시냐. 집은 자택이냐 전세냐" 등 가정형편을 물었고, "반장 부모님은 집 형편이 좀 괜찮아야 학교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어머님에게 네가 반장이 되면 학교 활동을 도울 수 있는지 물어봐라"고 했다. A군은 부모님에게 부담이 될까 봐 반장 후보에서 자진사퇴했으며 반장은 집안 형편이 넉넉한 것으로 알려진 친구가 됐다.
#2. B(42'여'포항시 남구) 씨는 요즘 풀이 죽은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H초교 5학년인 아들은 최근 반장선거에 입후보하려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 좀 어렵다'는 담임교사의 만류로 포기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B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학원비라도 벌 요량으로 사무실 보조 일을 해오던 터였다. B씨는 "반장 부모는 학급 어머니회 활동도 해야 하는데 맞벌이 부모는 그런 걸 못 한다고 담임교사가 다른 친구를 시키자고 했다더라"며 "내가 못나서 자질이 있어도 아이를 반장조차 못 시킨다는 생각에 서러운 마음"이라고 한숨지었다.
학교 운영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학부모의 자녀를 반장으로 임명하는 속칭 '부모님 반장'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으로 대학 입시에 학생 활동 비중이 커지면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전교회장과 반장 등은 입학사정관제 명단에서 위 순위에 올려진다. 반장 등은 내신점수에 반영되는 생활기록부 봉사점수 및 생활태도 기록 때 좋게 쓰이니 이점이 많은 셈이다.
한 고교 교사는 "초등학교보다는 중'고등학교 등 고학년으로 갈수록 내신점수를 의식한 부모님들의 로비도 치열하다"면서 "보통 반장 학부모는 어머니회 등 학교운영위원을 함께 하는 것이 관례다. 요즘은 노골적으로 찬조금 등을 요구하지 못하지만 재력이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 발전기금도 잘 내놓고 스승의 날과 소풍 등에 선물도 잘 보내니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포항지회 김은숙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가장 평등해야 할 시기에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이 나뉘고, 반장이 하나의 특권층처럼 된다면 학교가 아이들에게 파벌을 강요하게 되는 것과 같다.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기본 취지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엄원배 교육지원국장은 "아이들의 가정형편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일이 절대 금지돼 있다. 매년 철저한 단속으로 교육 청렴도를 향상시키려 노력 중이다. 만약 불이익을 받았다면 언제든 교육청에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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