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은 무엇인가 남다른 비법(?)이 있다. 특별한 맛을 창조하는 노력이 있어야 '음식 명가'로 입소문이 난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봉숯불구이'는 고기 마니아들과 술꾼들에겐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막창과 막구이의 역사가 동봉의 역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음식에 자신감을 보인다.'동봉숯불구이'는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 입구의 본점과 범어네거리 복개천 코오롱하늘채 정문 옆 범어점 등 두 곳이 있다. 이 식당은 배만철'정혜숙 씨 부부가 1986년 범어시장에서 막창집으로 출발한 후 28년 역사를 이어오는 소막창, 막구이, 생삼겹(허브) 전문식당이다.
대구여고총동창회 소속 동호회 중 영어회화 E클럽 회원들은 종종 '동봉'에서 특별한 점심을 즐긴다. 범어동 코오롱하늘채 입구에 있는 '동봉' 범어점은 산뜻한 분위기다. 막창집이라고 하기에는 낯설 정도로 깔끔하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E클럽 회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40대에서 60대까지 17명의 선후배로 구성된 동아리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공부한 후 가까운 이곳에서 '생채 비빔밥'을 즐긴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회원들은 학교 자랑을 쏟아낸다. 이정원 E클럽 고문(전 대구여고총동창회장)은 "영부인(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10회)을 배출한 명문학교"라며 "회원들이 평소 연마한 실력으로 팔공산 승시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통역 자원봉사를 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클럽"이라고 소개한다.
회원들 틈에 슬쩍 끼여 앉아 '동봉'의 특미 '생채 비빔밥'을 맛본다. 큼지막한 그릇에 돌나물과 세발나물, 동초, 봄동, 메밀 새싹 등 7, 8가지 봄나물이 어우러져 눈맛이 싱그럽다. 채소는 배만철 사장이 팔공산 농원(3천300㎡)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김치와 간장, 된장 등 기본 반찬 재료들도 모두 농원에서 직접 만든다. 노란 조밥을 채소 위에 얹고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된장에다 빛깔 좋은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어 쓱쓱 비비다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간다. 번지르하게 윤기가 난다. 한 숟가락 가득 떠 한 입 맛보니 약간 매콤하면서 채소 씹히는 감각이 환상적이다. 함께 나온 맑은 대구탕은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주인공이다.
김원자 E클럽 회장(10회)은 "우리 회원들은 모두 생채비빔밥을 좋아한다"며 "싱싱한 야채는 주인이 직접 팔공산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해 맛이 별다르다"고 소개한다.
이정원 고문도 "평소 채식을 좋아한다. 이 집에 오면 좋아하는 채소들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데다 노란색의 조밥도 별미"라고 추천한다.
허영혜 총무는 "'동봉'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식당"이라며 "생채 비빔밥 맛도 일품이지만 막창과 막구이 등 이 집의 대표 음식은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고 한다.
평소 육류를 즐긴다는 박영순 부회장은 "'동봉'의 막창과 막구이, 허브 삼겹살 맛은 다른 집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 한 번 맛보면 틀림없이 단골이 될 것이다"고 한다.
배 사장은 "오늘은 28년 전통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막구이와 막창을 선보인다. 막구이는 마블링이 선명한 갈빗살을 깍두기처럼 네모나게 썬 것이 특징이다. 그는 "소막창 전문집이었는데 어느 날 준비해둔 막창이 다 떨어져 급하게 등심을 막 썰어서 구워냈는데 손님들이 정말 좋아하더라"며 "그 후 손님들이 "막 구워 낸 고기를 달라"고 해서 '막구이'가 정식 메뉴로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역시 참숯불에 석쇠구이다.
정혜숙 사장은 "고기를 자주 굴러 가며 부지런히 구워야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노릇하게 익은 막구이 한 점을 맛보는 순간, 고소하고 담백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동봉의 특제 '막장'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본점은 주먹시를 이용해, 범어점은 갈비살로 막구이를 한다. 막창은 소의 4개 위(양'천엽'절창'홍창) 중 마지막 위 부위인 '홍창'을 일컫는다. 저녁시간엔 막창을 즐기는 마니아들로 식당이 가득 찬다.
소막창(1인분 150g) 1만2천원, 소막구이(110g) 2만원, 소양구이(150g) 1만5천원, 돼지참맛고기(120g) 8천원, 육회(150g) 1만3천원, 생채비빔밥 3천500원이다. 점심 세트메뉴(2인분 이상)는 생채비빔밥과 탕(대구탕) 6천500원, 돼지참맛정식 9천원, 막구이정식 2만원, 소면 4천500원. 예약은 053)751-3668(본점), 756-3668(범어점).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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