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아침, 경남 창녕에 있는 화왕산으로 라이딩을 떠났다. 창녕 라이딩은 즐거웠다. 화왕산 관룡사에 도착해 주변을 보니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너무나 예뻐 한참이나 바라봤다. 이정표를 보니 등산 코스가 여러 개 있었는데, 사람들이 가르켜주는 대로 갔는데, 제일 힘든 코스였다.
처음에는 꽃을 감상하며 라이딩을 했다. 드디어 오르막이 시작됐다. 흙길이라 그런지 자전거 바퀴에 힘이 실리지 않아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잠시 그늘에서 쉬기로 했다. 계속 이런 길이면 온종일 가도 정상까지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계속 가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논의 끝에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기로 했다.
페달을 열심히 밟고 또 밟았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중간 중간 등산객들이 힘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또 진달래와 철쭉 등 봄꽃과 멋진 경치가 힘듦을 잊게 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가 가벼워지는가 싶더니 오르막을 쉽게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느낌을 들어 뒤를 돌아보니 아주머니 세 명이 자전거를 밀고 있었다. 순간 웃음도 나왔다. 그리고 미안했다. 페달을 멈추고 자전거에서 내려 인사를 했다. 마산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들은 오르막길을, 그것도 여자가 자전거로 올라가는 것이 대견해 밀어주기로 했다고 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아주머니들은 오이와 캐러멜, 삶은 계란 등 간식까지 내놓으셨다. 그리고 조심해서 타고 포기하지 말라며 파이팅까지 외쳤다.
1시간 넘게 올랐을까 산 중턱에 식당 겸 매점이 있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식당이 있다니. 반갑고도 신기했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셨다. 매점 주인은 "세상에! 아주머니 혼자서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왔어요. 대단하십니다"며 물통에 시원한 물을 채워줬다.
중간쯤 가다 보니 드라마 허준 세트장이 있었다. 때마침 영화를 찍고 있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화왕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수록 길이 가팔랐다.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화왕산성 쪽으로 향했다. 힘은 들었지만 진달래가 만발한 풍경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화왕산성은 홍의 장군 곽재우 장군이 의병활동을 한 곳으로 현재 유물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드디어 억새밭이 보였다. 그 사이로 좁게 만들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마침 대구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이 나를 보더니 반갑다며 환호와 박수로 맞아줬다. '금강산도 식후경.' 갑자기 배가 고팠다. 정상에서 파는 컵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커피도 마셨는데, 힘들어서 그런지 그 맛이 너무 달았다.
이날 여행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제까지 여행했던 것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달래와 철쭉꽃이 온산을 붉게 물들여 내 맘까지 붉게 물들게 했다. 행복했다. 이렇듯 여행은 힘들 때는 보듬어 주고, 달래주고, 결국은 행복으로 이끄는 것 같다. 이 맛에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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