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격, 스트레스 '탕탕'] 클레이 사격

치솟던 피전 적중 산산조각 통쾌감에 온몸 짜릿

'슈웅~' 오렌지색 피전(클레이 사격의 표적)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다. 총구와 일직선이 되도록 조준하고 있던 시야에 피전이 보이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탕~' 하는 총성이 울려 퍼지며 총구는 불을 뿜는다. 명중이다. 폭음과 동시에 오렌지색 피전이 하늘에 흩뿌려진다. 통쾌하다는 단어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훑는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강렬하고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클레이 사격이 제격이다. 탁 트인 산에 마련된 사격장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쏴 맞혔을 때의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클레이 사격은 잠재돼 있던 인간의 파괴 본능을 분출시키며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스포츠다.

클레이 사격은 18, 19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처음에는 살아 있는 비둘기를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생명윤리에 대한 비판이 일어 현재는 지름 11㎝, 두께 2.5㎝, 무게 100g 안팎의 진흙 접시를 사용한다. 비둘기 대신 접시인 셈. 재미있는 것은 이 진흙접시를 아직도 '피전'(pigeon'비둘기)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색상은 오렌지색, 흰색, 검은색 등 세 가지다.

1980년대까지 흰색 피전을 많이 썼으나 요즘은 선명성이 뛰어난 형광 오렌지색을 주로 쓴다. 산탄총의 탄환 한 발에는 은단 크기의 탄알이 300~400개 들어 있으며 발사하면 직경 50㎝ 정도로 퍼진다. 이 때문에 표적에 어느 정도만 근접하면 명중시킬 수 있다.

클레이 사격은 표적이 나오는 장소와 표적 숫자에 따라 트랩, 더블트랩, 아메리칸트랩, 스키트 등으로 나뉜다. 우선 스키트는 사대(총 쏘는 곳)를 옮겨 다니며 좌우로 날아가는 피전을 맞히는 방식이다.

트랩은 사대를 옮기지 않는 대신 3개의 방출구에서 날아오르는 피전을 맞힌다. 더블 트랩은 트랩과 비슷하지만 피전이 2개씩 날아오른다. 아메리칸 트랩은 1개의 방출구에서 날아오르는 1개의 피전을 쏘는 것으로 표적의 속도가 느리고 방향이 일정해 초보자에게 알맞다. 경기에서는 피전의 속도가 시속 80㎞이지만 일반인이 할 때는 속도를 조금 줄여 피전을 날려보낸다.

클레이 사격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혀야 하기 때문에 안정된 자세가 중요하다. 총을 겨눈 자세에서 일정 시간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어야 기본자세가 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색하거나 편안해 보이지 않으면 바른 자세가 아니다. 무리하지 않게 힘을 가볍게 뺀 상태에서 개머리판이 뺨과 어깨에 밀착되도록 한다. 자세를 잡으면 숨을 들이마시고 반쯤 내쉰 다음 숨을 멈춘 상태에서 총을 쏜다. 총을 밀착시킨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허리를 돌려 표적을 따라간다.

총을 쏘는 순간 몸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눈을 감지 말고 뺨에서 개머리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격발할 때 몸이 긴장되면 총구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방아쇠를 최대한 가볍게 당긴다는 느낌을 갖는다.

사격장은 총기를 다루는 곳이므로 정해진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대에 들어선 뒤엔 반드시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김용덕 대구사격장 과장은 "사격인들 사이엔 두 가지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절대 남의 총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 '사격이 시작되면 입을 닫는다' 등이다.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사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다. 사격 뒤엔 항상 탄피를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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