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기본권은 불가침이라는 헌재의 결정

헌법재판소가 유신 시대 억압 통치의 제도적 기반이었던 긴급조치 1'2'9호 모두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집권 세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긴급조치는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거나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이는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임을 재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결정을 한국 민주주의가 한층 더 발전하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지난 정부 때 있었던 민간인 사찰 같은 시대착오적 국가 폭력은 아직도 한국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판결이 매우 반갑기는 하지만 늦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까지 39년이나 걸렸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헌재가 학계와 법조계 나아가 국민 일반의 인식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괴리를 메우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헌재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한다. 과거는 현재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다시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는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하고, 이로부터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가르침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판결은 우리를 새로운 출발점에 세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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