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 하이커의 철학여행/이진경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이 책은 근'현대 철학의 대가들이 펼치는 논쟁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저자는 근'현대 철학의 주요 쟁점인 이성, 주체, 윤리 등에 관한 치밀하고 상세한 사유를 보여준다. 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베이컨'로크'버클리'흄'칸트'헤겔'포이어바흐'마르크스'후설'프로이트'니체 등 철학의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혔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각각 다른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를 등장시켜, 복제인간이 지닌 이성과 인간의 이성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간 데커드를 죽인 복제인간 로이에게 과연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로크가 각각 사유를 통해 답을 제시한다.
제2장에서는 이솝 우화의 창작자인 이솝이 경험주의 철학의 대가들인 베이컨'로크'버클리'흄을 만나 경험주의가 어떻게 대륙의 이성주의 철학을 벗어나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제3장에서는 독일 관념론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인 칸트'헤겔'마르크스'포이어바흐가 나서 각각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절대이성이 무엇인지 논쟁한다.
제4장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를 통해, 지킬 박사가 죽인 하이드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후설과 프로이트'니체의 논의를 빌려 전개한다.
이 책은 2000년에 발행되었던 '철학의 모험'을 새롭게 다시 쓴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 안내자인 저자는 10년 정도의 단위로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다시 쓰고 있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1994년),'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1993년)은 저자를 유명하게 해 준 책들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히치 하이커의 철학여행'은 목적지 없이 철학여행을 떠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의 대가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주인공들이 처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로 만나서 논쟁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 장의 철학자들은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철학이란 남의 차를 얻어 타고, 그가 지나간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이라며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자신을 태워 이끌고 가는 이들에게 최대한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생각하고 토론해야 유익한 여행이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참된 삶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목적이다. 삶의 과정을 즐겁고 기쁘게 사는 것, 그것이 삶에 대해 말하고 사유하는 이유인 셈이다. 560쪽, 2만3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