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두고 흥정하는 불편한 진실…『병원장사』

병원장사/ 김기태 지음/ 씨네21 북스 펴냄

날로 심각해지는 '병원 돈벌이'의 심각성을 폭로한다. 2012년 '한겨레21'을 통해 연재되던 내용을 정리하고, 잡지에 담지 못한 주제를 추가했다.

공공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인이나 영리법인은 병원을 세울 수 없고, 또 의료인이라도 2개 이상의 병원을 가질 수 없다. 병원을 소유한 법인은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고,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병원이 돈벌이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규정과는 동떨어져 있다. 가난한 사람이 더 쉽게 다치고 병들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더 쉽게 사망하는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이면에 상업화의 길을 가고 있는 병원들이 존재한다.

과잉진료와 의료사고, 거대 병원들의 무한경쟁 속에 사라져가는 동네병원, 돈 안 되는 응급의료나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현상, 고가의 시술을 강권하는 네트워크 병원들이 주변에 흔히들 존재한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병원들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공공에서 시장으로 난폭하게 떠밀리고 있는 한국 의료의 현실을 정밀 진단하고 있다. 저자는 취재를 위해 가짜 환자 실험을 했다. 병원들이 안 아픈 생짜 환자에게 어떤 처방을 내리는지 두고 보기로 했다.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척추전문병원이었다. 의사는 환자 몸에 손을 대보지도 않고 문진을 하다 엑스레이를 찍고는, 대뜸 70만원짜리 MRI를 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공공병원에 갔다. 여기서는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주고, 통증이 지속되면 다시 오라며 돌려보냈다. 저자는 한국의 척추 수술 환자 수는 2008년 7만9천418명이었다가 2010년 10만368명으로 2년 사이 26.3% 증가했다. 척추 수술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매출'을 늘리는 의사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검사를 하나라도 더 하고, 수술을 더 하면 병원과 의사의 수익이 자연스레 올라가지 않겠는가?

치질 수술 전문병원에서는 당장 수술하고 내일모레 퇴원할 것을 권했다. 배변 시 조금 피가 나는 증상에 대한 처방이었다. 공공병원에서는 같은 증상에 약을 지어주었다. 치질 수술 분야 역시 1999년 6만 건이던 것이 2001년 18만4천 건으로 2년 사이 시장이 3배로 늘어났다. 치질 수술 건수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한 데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갈수록 서구화하는 식습관의 영향도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외과 병'의원들이 경쟁적으로 항문외과를 개설하고, 과잉'중복 수술을 한 것이 큰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는 검진을 유도하고, 보존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한데도 수술을 시행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와 가족은 건강과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의사와 병원의 권유와 처방을 따를 수밖에 없다. 병원의 이윤 추구를 위해 환자들은 필요 이상의 진료를 받고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세부 내용을 보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1장에서는 위장 환자로 척추와 치질 분야에서 과잉시술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을 고발한다.

2장에서는 돈벌이를 위해서 의료계에서 편법 혹은 불법적으로 이어지는 의료 시술의 문제를 다뤘다.

3장에서는 중대형 병원의 위세 속에서 말라죽는 동네의원의 현주소를 짚었다.

4장에서는 대형 병원들의 무한 경쟁을 살펴보고, 병을 만드는 건강검진 시장이 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지도 소개했다.

5장에서는 공공의료기관들이 얼마나 타락하고 위축됐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점검했다.

6장에서는 찬밥 신세인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의 문제를 전했다.

7장은 의료사고의 문제를 짚었다.

8장에서는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9장에서는 의료 민영화를 추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인지를 짚어봤다.

306쪽. 1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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